[사설] (4일자) 도시계획 일몰제는 바람직

도시계획만 세워놓고 오랫동안 사업을 집행하지 않는 바람에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국민들의 숙원이 상당 부분 풀리게 됐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용지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난리와 태풍피해로 어수선한 가운데 들려온 소식이라 더욱 반갑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내년 상반기에 도시계획법을 개정, 도시계획으로 묶인지 20년이 지난 대지 중 향후 3년 이내에 사업을 집행할 계획이 없는 곳에 대해서는 토지소유자가 시군을 상대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2년 안에 사들이지 않을 때는 3층 이하의 단독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 등 일정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 이후 결정되는 도시계획 시설의 경우 20년이 지난 뒤 지자체가 2년 안에 매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시계획의 효력이 없어지는 일몰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임야나 농지 등이 매수청구 대상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가히 파격적이다. 도시계획은 도시의 건전한 발전과 공공복리를 위해 각 시군별로 10~20년 목표로 도로와 공원 녹지 등 모두 52종류의 시설을 고시하는 장기계획이다. 대부분 지난 60~70년대에 결정됐으며 심지어는 일제 때 결정된 것마저 있다. 총 2천8백85평방km의 도시계획시설 용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천2백93평방km에서는 아직도 사업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 미집행 면적중 30년이 지난 것이 6.9%, 20년 이상이 28.5%(3백67평방km)이다 도시의 장기 발전방향과 미래상을 제시하는 도시계획의 특성상 사유재산권을제한하는 일은 불가피하고, 미집행 시설 역시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정여건이나 시행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시설을 지정하거나지방재정이 취약한 실정에서 국고지원마저 신통치 않아 목표시한 안에 집행이불가능한 사례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 문제로 꼽혀왔다. 여건이 바뀌어 실현가능성이 없어지거나 불합리해진 시설이 숱하게 생겼음에도 폐지하거나 조정한 적은 없다시피 했으니 해당 주민들의 억울함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전국적으로 민원이 끊임없었음에도 지금에야 그 피해를 구제하게 됐다는 사실이 오히려 기이하다. 그러나 지자체에 발행이 허용되는 도시계획시설 채권은 그 소화방안이 불투명하다. 따라서 매수청구에 응할 재원을 확보하는 보다 확실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법이 개정된 후 도시계획시설 실태를 전면 조사한다는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함으로써 불합리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계획은 대폭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