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동풍' 유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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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풍압도서풍(동풍이 서풍을 압도한다)" 중국 마오쩌둥(모택동)이 지난 50년대말 대약진운동을 시작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중국(동풍)이 서양세력(서풍)을 누르고 역사를 주도한다는 뜻. 해묵은 용어 "동풍"이 다시 살아났다. 중국이 최근 실험 발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이름이 "동풍31"이다. 이 미사일은 사정거리 8천km로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을 가격하기에 충분하다. 중국이 미사일실험발사 사실을 공개한 목적은 명확해 보인다. 리덩후이(이등휘) 대만총통의 "2개 중국" 발언으로 불거진 대만의 통일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취지다. 대만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지난 70년대 초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은 것은 옛 소련을 봉쇄하자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소련붕괴로 공동의 적이 사라지자 대만문제가 양국관계 구도의 전면에 부각됐다. 미국과 대만이 가까워지면 중국은 "격노"했다. 지난 95,96년 중국이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쏟아부은 것도 그 과정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악화는 여지없이 아시아.태평양지역 긴장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더 심각하다. 양국관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이후 급랭한터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실험이 미국-중국간 아시아.태평양에서의 파워게임으로 번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 틈을 타고 일본의 재무장 속도가 빨라질 움직임이다. 이번 미사일실험의 최대 피해자는 엉뚱하게도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을 발사대에 걸어놓고 버튼을 만지고 있는 북한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풍"실험발사로 중국의 북한 미사일 저지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반도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한미사일 저지를 겨냥, 항공모함 2척을 일본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문제는 중국-대만 긴장이 장기화될 것이라는데 있다. 이 총통의 발언이 내년 3월 총선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대만해협에 또다시 미사일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지원을 규정한 대만관계법을 포기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만해협 긴장, 이로 인한 미국-중국 갈등으로 북한 미사일 문제가 더 꼬일 것이라는 얘기다. "동풍31" 유탄이 한반도로 떨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우리의 외교 노력이절실한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