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후 3김'과 '재 3김'

김종필 총리는 4일 국회 답변을 통해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한 "후 3김 시대"란 말을 한마디로 "우스운 표현"이라고 규정했다. 김 총리는 "만일 나의 아들이 나와서 정치를 한다면 몰라도 지금같은 상황에서 "후 3김"이란 표현은 허용될 수 없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자신의 아들이 정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친절하게 부연설명까지 곁들였다. 김 총리의 말대로 "후 3김"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실재 "후"란 이전과 형국만 비슷할뿐 그 실체가 다를때 사용된다. 우리 역사에서 "후 3국" 시대는 신라 백제 고구려에 이은 또다른 3국간 구도를 일컫는다. 권력다툼의 주체도 3국의 정통성을 이어 받은 왕족 출신이 아니라 왕건 궁예 견훤 등 새로운 인물들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현 정치상황은 "재 3김시대"가 오히려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후"면 어떻고 "재"면 어떻냐는게 일반인들의 시각이다. 어쨌든 김영삼 전대통령의 정치재개 선언 이후 3김이 다시 우리 정치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국민들이 대다수다. 게다가 여야는 "물 난리" 와중에도 이 말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후 3김"이란 표현은 지난달 26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한 이후 3김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처음 사용했다. ''후 3김''이란 말은 태생부터 정치적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 말이 정가에 미치는 파장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우선 국민회의는 발끈했다. 국민회의는 경제를 파탄에 몰고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낸 김대중 대통령을 어떻게 같은 반열에 놓을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김"이라고 다같은 "김"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3김 모두 국민의 뜻을 거역했다며 "후3김"이란 표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같은 문제에 집착하는 데에는 야당의 경우 국면전환을, 여당은 세대교체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다. 3김정치의 도래로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기위한 준비는 커녕 10여년 전으로 정치문화가 후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1세기에 걸맞는 정치 풍토가 정착 되기 위해서는 "3김" 논쟁부터 사라져야 할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