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자) 채권시장 발전 계기돼야

세종증권 김형진 회장과 3대 투신사의 채권부장들이 무더기로 구속된 것은 낙후된 채권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불법 사례라 하겠다. 불투명한 거래관행, 불명확한 수익률 공시체계, 투신사의 채권시장 과점,구조적인 수급 불균형, 여기에 불법 수수료 관행까지 이 모든 요소가 이번 사건의 배경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김 회장의 채권매매 행위에 대해서는 일부의 동정론도 없지는 않다. 문제의 불법 거래들은 채권시장이 마비돼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했던 지난해 금융위기 국면에서의 일이고 긴급한 자금을 필요로 했던 해당 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했던 당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채권에 투자했던 만큼 시세차익을 올린 것을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채권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시피한 3대 투자신탁 회사의 채권부장들이 회사채를 매입해주는 대가로 억대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고 증권 면허도 없는 개인 브로커의 불법적인 중개 행위가 제도권금융기관들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채권시장이 취약한 점이라 하겠다. 사실 국내 채권시장은 거래 활성화의 요체라고 할 가격공시제조차 올해초에야 겨우 시행됐고 싯가평가제는 내년 7월에야 도입키로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채권거래는 매매쌍방이 1대1로 사고파는 장외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을 뿐 장내(거래소)시장을 통한 대량의 표준적 거래는 아직 요원한 일로 되어있다. 더욱이 3백40조원에 이르는 채권 발행잔액의 절대액을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등 수요기반이 편중되어있어 정상적인 가격기능도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다소 늘어났던 일반투자자들의 채권투자도 올들어 금리가 내리면서 전체 거래의 10%를 밑돌 정도로 되떨어지는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채권시장의 공룡이라할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들은 끊임없이 부조리의 유혹을 받게 되고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채권거래의 속성은 운신이 자유로운 사설 브로커들의 불법적인 매매공간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결국 채권시장의 구조 자체가 개선되지 않고는 이번 사례와 같은 일이 언제든 반복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국공채 딜러를 선정하는등 나름대로 채권시장 구조개선 작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차제에 다양한 채권형 상품을 허용해 연기금이나 일반인들의 채권수요를 늘리고 장내거래를 위한 제도적.기술적 기반을 구축하는등 개혁작업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