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면톱] 혼다-크라이슬러 생존전략 '대조'

인수 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릴 것인가. 아니면 홀로 남아 독자적인 생존의 길을 모색할 것인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바람직한가. 최근 미국 미시건주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혼다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이 문제를 놓고 대조적인 전략을 제시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혼다는 홀로서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최근 덩치를 크게 키운 다임러크라이슬러측은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불리기에 나서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전략은 업계재편과 관련 최근 큰 진통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일본내 3위의 자동차업체인 혼다의 전략은 한마디로 "작은 사이즈"로 홀로서기를 유지하면서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다. 요시노 히로유키 혼다 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회사의 사이즈가 생존의 키 포인트라고 생각하나 살아남는 것과 회사의 크기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단언한다. 소규모 회사는 오히려 속도 유연성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요시노 사장은"공장을 늘리기 위해 다른 회사를 인수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으며 현재 다른 회사를 인수할 생각도,다른 회사에 의해 인수될 가능성도없다"고 잘라 말한다. 혼다가 이같은 전략을 택한 이유는 "속도"를 중시하는 이 회사 방침 때문. 혼다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이렇다. 자동차 공장을 짓는데 드는 돈의 10분의 1정도 비용을 투자, 우선 오토바이공장을 세우고 이 공장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비로소 자동차나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식이다. 회사가 작으니 신속하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기"를 강조하는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인수 합병을 통해 "사이즈"를 키운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개리 발라드부사장은 "혼다의 케이스는 예외"라고 주장한다. 그는 "합병 등을 통해 국제경쟁에 대처하지 않으면 업계의 최신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게되며 결국 구닥다리 경영만을 고집하다 도태되고 만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효율성 신속성 혁신적인 디자인 등 크라이슬러의 장점과 연구개발 고도기술 성능 등 다임러벤츠의 강점을 결합시켰다는 것. 이에 대해 GM의 트럭분야 부사장 토머스 데이비스는 "오늘날 살아남기위해서는 여러지역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하며 한 시장에 의존해서는 위험을분산시킬 수 없다"고 역설해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편을 들었다. 그는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 포드와 볼보, 르노와 닛산간의 제휴는 그동안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던 자동차업계에 큰 자극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물론 양측 모두 단점은 있다. 혼다의 경우 전 세계 50개가 넘는 국가에 공장을 갖고 있는 GM과 비교할때 글로벌화나 다양한 기술개발 등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 반면 GM이나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공룡"들은 일반관리비 지출이 많고 다양한 국가에 공장이 흩어져있어 강력한 기업문화 형성이 어려운 점 등 약점을 갖고 있다. 대우자동차와 GM간 인수협상이 진행중이고 삼성자동차 처리문제가 좀처럼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업계는 앞으로 어떤 길을 택할지관심거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