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레임덕 차단 '친정체제' .. 후계구도 첫 명시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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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3개월만에 또다시 총리를 전격 경질하면서 러시아 정국이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옐친은 특히 이번에는 자신의 후계구도를 처음으로 밝혀 관심을 끌고있다. 옐친의 이같은 행보는 레임덕 현상을 차단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한뒤 "정권재창출"을 꾀하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부 정치 분석가들과 그의 정적들은 옐친과 그의 보좌관들이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선거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비난해왔다. 이에따라 옐친은 이날 TV대국민 담화를 통해 총선및 대선일정을 지키겠다고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또 자신의 후계자를 공식 거명, 최근의 정국불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옐친 대통령은 그동안 스테파신을 중심으로한 범여권 통합 신당을 만들려고애써왔다. 그러나 지난주 유리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이 이끄는 "조국당"과 민티메르샤이미예프 타타르 공화국 대통령등 일부 지방정부 지도들이 주도하는 "전러시아당"이 합당선언을 한데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총리가 이 신당에 참여, 스테파신의 여당 건설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루쉬코프-프리마코프 연합과의 노골적인 감정싸움에서 스테파신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따라 옐친은 푸틴을 총리로 내세워 정면대결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총리지명자는 정보요원 출신으로 96년 크렘린궁에 들어온 이후 옐친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크렘린궁 부패사건을 수사해온 유리 스쿠라토프 검찰총장의 해임 및 기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 75년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법학부를 졸업한뒤 FSB의 전신인 소연방 국가안보위원회(KGB)에서 첩보활동에 종사해왔다. 이어 98년 7월 연방보안국장에 발탁됐고 지난 3월에는 보안국장겸 국가안보위 서기로 임명됐다. 한편 갑작스런 총리경질과 내각해산에 대한 충격으로 러시아금융시장은 일대혼란에 휩싸였다. 9일 모스크바증시는 10%이상 폭락하고 루블화가치도 달러당 25.9루블로 급락했다. 박영태 기자 pyt@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