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면톱] 러시아 경제지표 '바닥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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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개월간 모든 루블화표시 채무를 지불유예한다." 17일은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작년 8월17일 러시아정부는 급증하는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모든 국채의 상환유예를 선언, 국제금융시장을 대혼란으로 몰고갔다. 러시아의 경제파국은 아시아의 외환위기에 이어 터졌기 때문에 중남미국가로 옮겨붙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는 안정을 되찾았고 러시아 경제도 지표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는 총선정국에 휩싸여 모라토리엄의 기억을 잊어가고 있다. 러시아경제의 회복 =러시아는 일단 외채문제에서 한숨을 돌렸다. 대외신인도도 많이 회복됐다. 지난 1일 파리클럽(대 러시아 18개 채권국 모임)은 러시아가 내년말까지 갚아야 할 80억달러중 6억달러만을 갚도록 조정했다. 앞서 7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45억달러의 차관을 단계적으로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공습을 묵인해준 댓가같은 것이다. 러시아경제는 지표상으로 지난 1.4분기에 바닥을 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 상반기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보다 3.1% 증가했다. IMF 등은 당초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 7~8%, 인플레율을 80~1백%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 추세라면 성장률은 마이너스 2%로 호전되고 인플레율도 50%에 그칠 전망이다. 루블화를 70% 평가절하한데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목인 원유의 국제가격이 급등, 러시아경제 앞날을 밝게 해주고 있다. 세계경제의 안정 =세계경제는 "악몽"같았던 1년전과 비교할 때 몰라보게 안정을 되찾았다. 최소한 이 순간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가져올 요인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선진국 경제는 일본과 유럽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기로 접어들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아시아국가들의 경제도 빠른 성장세로 선회, 예년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1년전 세계경제가 경기침체에 따른 디플레를 우려했다면 올들어 세계경제의 근심거리는 미국경제의 인플레이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수요부족으로 나타나는 디플레에 비해 넘치는 수요가 문제인 인플레는 상대적으로 큰 위험이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 세계증시도 올들어 급등세를 타고 있다. 최근들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대세는 안정회복세다. 이에대해 한 분석가는 "지난 2년간의 위기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면 된다는 사실"뿐이라고 냉소한다. 향후 러시아 정국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지난 9일 스테파신 총리를 해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을 후임총리에 지명했다. 총선일자는 12월 19일로 못박았다. 푸틴은 친 서방의 시장경제 신봉자이다. KGB의 대외정보부 요원으로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했으며 개혁파인 대학은사(소브차크 페테르부르그 전 시장)의 영향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을 총리로 지명한 옐친의 속셈은 경제의 안정이 아니다. 러시아 정국을 한바탕 흔들기 위한 것이었다. 당초 스테파신을 내세워 여권을 범 옐친파가 중심이 돼 통합하려 했지만 프리마코프 전총리마저 다른 신당에 참여하자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던 스테파신을 버렸다. 옐친의 머리속이 정권재창출로만 꽉 차있음을 확인한 서방투자가들은 최근의 경제회복세에도 불구, 다시 총선이후까지 투자를 관망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