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I면톱] 병원앞 약국자리 '금싸라기'

"약국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내년 7월의 의약분업을 앞두고 전국 각지의 약국들이 대형 병.의원 근처로이전, 이른바 "의료촌"을 형성해 갈 조짐이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이미 대형 병원근처의 "A급 약국" 자리에는 프리미엄까지 붙고 있다. 약국지도가 바뀌는 것은 이들 병.의원 근처가 처방전을 대량 확보할 수 있는 "노른자위 자리"이기 때문. 약업계는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병원 처방전 조제가 전체 매출액의 4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게다가 약국이 근처에 있어야 환자를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의원급들이 약국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병원근처로의 "헤쳐 모여"다. 의약용 건물을 전문 중개하는 가나안컨설팅(실장 유창순)은 "동네약국을 운영하던 약사 2~3명이 찾아와 50평 이상 대형 약국을 열고 싶다는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전화 문의까지 합하면 하루에 10건 이상의 상담을 해주고있다"고 말했다. 유 실장에 따르면 1급지인 송파 강남 분당 수지 등의 약국자리는 이미 바닥이 났을 정도라고 한다. 약국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메디팜도 약업박람회가 열렸던 지난 6월 이후두달동안 4백50건이 넘는 체인가입 문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약사들이 주로 병원이나 의원이 밀집된 지역에 50평이상 대형약국을 개설할 수 있을지를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합병원근처 부동산 값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있는 연세대앞에서 신촌로터리 사이에 있는 17평 규모의 음식점은 약국자리로 낙점돼 권리금만 7천만원이 더 올라 2억2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의사협회와 약사회로부터 의약분업 합의안을 이끌어 내기전인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이곳 권리금은 1억5천만원에 불과했다. 맞은편에 있는 25평규모 오락실도 2억8천만원의 권리금이 붙어 있다. 현대공인 임상기 대표는 "올초 신촌지역 점포의 보증금과 권리금이 30%가량 떨어졌으나 지난 5월이후 들먹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근처의 천일사부동산 이희창 대표는 "대학로 주변의 약국자리를찾는 수요자가 부쩍 늘었으나 마땅한 매물이 없어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의원들도 근처에 대형약국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원이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즉각 약을 조제해줄 약국이 많아야 환자를 모으는데 유리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가나안컨설팅 유 실장은 "최근 수원과 쌍문동에 있는 의원들의 의뢰로 대형약국 두 곳을 유치해줬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원희목 총무는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대학병원 근처나 의원근처에 대규모 약국촌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좋은" 약국의 개념이 종전 주택가나 상가에서 병원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