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균의 '잔디 이야기'] '잡초와의 전쟁'

매년 봄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중의 하나가 바로 "잡초와의 전쟁"이다. 이 반갑지 않은 불청객은 겨우내 씨로 땅속에서 월동을 하거나, 바람에 의해날아 들어오거나, 또는 뿌리가 땅속에 남아있다가 봄부터 싹이 터 잔디틈을 비집고 자리를 확보해 나간다. 이 영악한 잡초들은 잔디밭이 충실히 조성되어 잔디의 세가 큰곳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그늘로 잔디가 잘 안되는 곳이나 병 또는 디봇(dibot)자국으로 잔디의 밀도가 떨어진 곳에는 가차없이 파고들어 싹을 터트린다. 이렇게 한번 뿌리를 내린 잡초들은 빠른 시일내에 씨를 주변에 퍼뜨리거나 줄기 또는 뿌리를 마구 퍼지게하여 점점 영역을 넓혀간다. 보통 잡초들은 잔디보다 더 왕성하게 주변의 양분을 흡수하여 더 빨리 성장하므로 결국 잔디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잔디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에 잔디주변에 나타난 잡초들은 잔디생육에 치명적일 수 있다. 어떤 접초는 주변에 있는 다른 식물들의 생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해서 나 외에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안양GC에서는 최근 이러한 물질을 역으로 이용해 잔디 주변에 다른잡초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골프장에 나타나는 잡초는 그 골프장이 위치한 기후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0~70여종의 다양한 잡초들이 분포되어 호시탐탐 세 확대의 기회를 노린다. 러프지역 또는 티 부근에 뿌리는 한지형잔디의 종자가 날려서, 한국잔디로 조성된 페어웨이에서 나타날때도 우리는 이것을 잡초로 간주한다. 바른곳에서 싹이 텄다면 잔디로 대접받아 잘 가꾸어졌을 이러한 잔디도있지말아야 할곳에서 나타나면 잡초로 제거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잔디들 사이의 아이러니인것이다. 이러한 잡초에 대항할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제초제이다. 제초제 중에는 잡초가 약제에 닿았을때 닿은 부위를 죽게하는 것이 있고,약제가 잡초의 체내로 흡수되어 식물체 전체를 죽게하는 것도 있다. 또 잡초 종자의 발아를 억제하는 약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은 제초제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기 때문에 호미로 무장한 여군(?)들로 구성된 외인부대를 투입하여 잡초 한포기 한포기를 일일이 손으로 뿌리까지 뽑아내기도 한다. 늦가을이 돼서야 휴전에 들어가는 이 "잡초와의 전쟁"은 매년 승자도 패자도 없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지루한 전쟁이다. 이처럼 계속되는 식물들의 치열한 자리 싸움에서, 마치 우리의 정치판싸움을보는 듯하여 씁쓸하기만 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