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악영향 .. '회사채 10% 돌파 파장'

다시 두자리 금리시대가 찾아왔는가. 경제가 갓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장기금리(회사채기준)가 연 10%를 뛰어넘었다. 연말에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끌어내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기업들에게 두자릿수 금리는 가히 "치명적"이다. 금리상승은 주가하락을 낳는 악순환을 초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한 문제는 이같은 금리상승 추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란데있다. 투자신탁회사 수익증권 환매를 둘러싸고 정책이 오락가락한 탓에 금융시장은 현재 꼬일대로 꼬여있다. 매듭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거시지표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금리상승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신사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의 마련되지 않을 경우 장기금리가 12%까지도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심지어 15%를 점치기도 한다.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채권을 팔자는 세력은 많은데 사겠다는 기관들은 없는게 요즘 채권시장의 특징이다. 특히 지난 19일부터는 투신사들이 보유중인 장기채권을 내놓기 시작했다. MMF에 가입한 개인고객에 한해 대우채권 편입금액의 95%까지 환매해 주기로 함에 따라 MMF 환매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반면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들은 채권매수를 꺼리고 있다. 장기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각종 보유한도에 걸려 채권매수가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훈혁 한빛은행 투자금융부장은 "금융기관의 동일계열 회사채 보유한도는 지난달말 현재 회사채 총보유액의 10% 이내로 제한돼 있다"며 "은행내부의 리스크한도도 엄격해 회사채매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중자금은 투신사에서 빠져 나와 은행으로 흘러드는 경향이 가속되고 있어 수급불균형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투신사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경우 이달들어 지난 16일까지 10조원의 자금이이탈했다. 은행예금은 6조7천억원 늘었지만 이를 채권매수기반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정수 증권업협회 채권팀장은 "수급불균형이 단기에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시경제지표에 대한 부담도 크다 =2.4분기 경제성장률이 9.8%로 나오자채권시장에 참여하는 기관들 사이에는 두자릿수 금리가 고착되는게 아니냐는전망이 팽배하다. 적정금리가 성장률 물가상승률에다 위험프리미엄을 반영해 형성된다고 볼 때 추가적인 금리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각각 8% 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함정식 다임인베스트먼트 채권팀장은 "대우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적정금리는 연 11%~12%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우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자금흐름 경색현상이 심해질경우 단기적으로 15%까지 오르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거시지표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필현 대우증권 채권영업부장은 "실질 GDP성장률이 9.8%로 나왔지만 작년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는 약 5%정도 성장하는 것"이라며 "9.8%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금리상승을 막을 해결책은 =대부분 전문가들은 장기금리가 당분간 1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한국경제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호 금융연구실장은 "주가가 불안양상을 보이는 과정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상당한 차질을 빚는다"며 "정부는 저금리정책을 보다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김성민 채권팀장은 "투신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라보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비과세 채권상품을 도입한다든가 개방형 뮤추얼펀드를 허용해공사채형에서 이탈된 자금을 흡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배드펀드를 만들어 대우채권을 사줘야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야만 우량채권에 대한 매물이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