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면톱] 독일 내달부터 '베를린 수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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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1일부터 통일 독일의 베를린 수도 시대가 열린다. 지난 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지 10년만에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이독일의 새로운 수도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대통령실이 정부부처로는 가장 먼저 본에서 베를린으로 이전했고 6월 28일 교통건설부가 이사를 마친데 이어 23일에는 총리관저가 베를린으로 자리를 옮긴다. 행정부 이전은 8월말까지 마무리되며 9월1일부터 행정부와 의회가 베를린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지난달 1일 본에서 마지막 회의를 가진 의회는 오는 9월6일 베를린의 제국의회 의사당에서 정기회의를 소집, 베를린 시대의 개막을 알릴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오는 9월11,12일 양일간 정부 부처가 밀집한 베를린 중심가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거리축제도 열 계획이다. 독일 정부는 베를린 시대를 맞아 진정한 통일을 완성하려는 야심찬 계획을추진중이다. 통일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동서 지역간 경제격차 등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을 하나씩 제거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독일 정부는 수도 이전을 계기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제2의 경제부흥을 꿈꾸고 있다. 또 베를린을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뿐 아니라 경제의 중심지로도 키우려는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베를린 천도는 적지 않은 문제점도 드러내고 있다. 정부 부처가 속속 이주해 오면서 베를린의 교통 체증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있다. 다음달 1일 천도가 끝난다 해도 아직 신축중인 정부 청사 건물이 모두 완공되기 까지는 2년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2차 대전후 처음으로 지난3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일원으로 유고에 병력을 파견, 패전국의 멍에를 벗고 국제사회에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독일이 과거 역사의 부담에서 벗어나고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베를린 천도는 독일의 이같은 입장을 강화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베를린 천도는 주변국들에는 군사강국이었던 프로이센과 제3제국의 수도였던 베를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듯한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우려를 의식, 독일은 베를린 천도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지난 7월1일 본에서 열린 마지막 의회 회의에서 헬무트 콜 전 총리는 "베를린을 더 이상 프로이센과 나치시대의 상징물로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독일의 이같은 반응은 베를린 천도가 독일과 주변국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는 중대한 계기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독일주재 한국 대사관과 교민사회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대사관은 지난 6월 시내 중심가인 티어가르텐 남쪽 지역에 500평규모의 사무실을 임대해 막바지 사무실 개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9월1일부터 베를린 청사에서 업무를 공식 개시할 예정이다. 베를린 주재 총영사관은 대사관 이전과 함께 폐쇄되고 본에는 영사업무 등을 관장하는 대사관 분관이 설치된다. 대사관과 함께 문화원도 베를린으로 확장 이전된다. 베를린 천도는 베를린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비즈니스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를린 무역관장은 "베를린 천도로독일의 동유럽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동독 지역 산업이 활성화돼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장이 확대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