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엔화강세의 기회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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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엔화는 지난 주말 뉴욕 런던 도쿄 등 주요 외환시장에서 단번에 달러당 4엔가량이나 평가절상돼 1백11엔대로 진입했으며, 이대로 가면 달러당 1백엔대 진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엔화강세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관계당국은 이같은 추세를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지금의 엔화강세는 그동안 미국으로만 몰리던 국제자금이 일본쪽으로 방향을바꾼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에만 일본과 아시아지역에 순유입된 외국자본이 2백87억달러나 된다고 한다. 국제자본의 흐름이 바뀐 까닭은 올해 1.4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이 1.9%에 달하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경제는 오랜 호황이 끝나가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6월 무역수지적자가 2백46억2천2백만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도 미국의 주식 채권 달러 값이 일제히 떨어지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의 무역수지적자 누적으로 달러약세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국제투자자들이 투자손실을 피하기 위해 보유중인 미국국채를 팔고 일본에 투자한 결과다.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약세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해외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어느 쪽이건 미국 주가하락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엔화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엔고현상이 수출에 타격을 준다고 일본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과 유럽이 지금이야말로 수출보다는 내수회복에 치중함으로써 그동안 미국이 감당해온 세계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함께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압력과 무역수지 적자라는 협공에 미국경제도 더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벌써부터 달러화 폭락, 미국경제 위기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판이다. 물론 모처럼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엔화절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일본의 단독개입보다는 선진국들의 공동개입이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최대한 수출을 늘리는 한편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아울러 대일무역적자 확대와 대일의존도 심화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설비와 부품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 엔화강세를 적극 활용해 대우사태와 원유값 급등이라는 안팎의 시련을 슬기롭게 헤쳐가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