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계화와 교포 .. 이종훈 <중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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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체제를 겪으면서 가장 심각하게 다가 온 문제는 외환부족에 따른 환율과 금리 폭등으로 국민경제가 갑자기 마비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과거 40여년간 엄청난 외채로 경제개발을 추진해 왔던 만큼 국민총생산(GNP)의 30%에 육박하게 된 외채의 상환이 어려워져 결국 IMF의 구제금융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당시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는 이제 5백95억달러로 무려 15배에 달하는 규모로 늘어났다. 전반적으로 환란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양상이다. 그러나 최근 다시 환율과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를 보여 국민경제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고 외채는 줄어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환율과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수출증대로 무역수지가 개선된 결과에 의한 것이 아니라 증권투자나 부동산투자 등 단기 투기자금 유입으로 일시적으로 안정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금리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업경쟁력을 제고시켜 수출을 늘리고 직접투자 자금을 유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민경제의 세계화를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세계화를 개방화나 서구화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착각이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기술이 발달하면 생활수요가 확대돼 국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진다. 때문에 지구촌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돼 가는 것이다. 국민경제가 발전할수록 세계화는 불가피하다. 이는 세계도처에 뿌리 내리고 있는 해외교포와의 유대강화를 통해 먼저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와 무역 및 자본거래가 많은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다. 이곳에 교포가 많이 살고 있으며 또 크게 성공해 현지에서 기반을 잡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수출증대를 위한 전진기지로서나 직접투자와 차관 도입을 위해서도 이제는 해외교포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21세기 지식기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산업의 소프트화나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도 해외교포 두뇌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