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캔버스위 모래 흔적 만져질듯 .. '김창영 개인전'

"정밀사(트롱프뤼유)" 기법. 대상을 캔버스에 똑같이 베껴내는 화법이다. 이 기법으로 그린 풍경화나 정물화를 보면 "진짜보다 더 진짜같다"는 느낌이든다. 그만큼 실체 묘사에 충실하다.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과도 맥을 같이한다. 일본에서 활동중인 모래그림의 화가 김창영이 트롱프뢰유기법으로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갖는다. 27일부터 9월7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 모래를 소재로 그려온 " Sand Play(모래장난)" 시리즈 신작들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을 보면 실제 모래가 캔버스위에서 모양을 형성하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분명 모래를 갖다 붙여 형상을 만든것 같은데 손가락에 만져지는 부분은 평평하다. 그렇지만 캔버스 바탕에는 모래가 실제로 엷게 발라져있다. 캔버스에 모래를 사용함으로써 본질과 허상의 판단을 헝클어트리고 있다. 철저한 묘사력으로 일일이 허상(일루전)의 모래를 그려냄으로써 허상과 실체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마치 관객들의 눈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미술평론가 이일씨는 "김창영의 회화에는 허상이 실체화되고 실체가 허상화되는 일종의 상호침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을 실제처럼 그리다 보니 작업속도도 더디다. 김창영이 하루 10시간동안 그릴수 있는 화면은 15평방cm. 대작하나 그리는데는 3개월정도가 걸린다. 트롱프뢰유기법이 워낙 어려운데다 작품 하나하나에 작가의 정성과 혼을 쏟아 붓기 때문이다. 작가가 모래와 존재의 흔적을 담은 그림을 작업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부산 바닷가에서 살고 있을때 부터다. 무수한 발자국이 밤과 아침을 경계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인간자취의 생성과 사라짐에서 오는 실체에 대한 의문을 캔버스위에 표현한 것이다. 현재 요코하마에서 거주하며 그림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씨는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샤자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았다. 개인전 30여회와 단체전 60회를 가졌다. 현재 일본 도쿄예술전문학교에서 강의중이다. (02)544-8481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