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20세기를 이끈 경제학자들) 게리 베커 <2>

지난 1971년 출간된 "경제이론"은 미국 대학과 대학원 미시경제학강좌의 기본교재중의 하나이다. 이 책 서문에서 게리 베커는 미시경제에 적용되는 이론과 거시경제에 적용되는 이론이 다를 수 없기 때문에 서명을 "경제이론"이라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견해는 시카고대학 경제학과의 전통적인 견해이다. 통화론자로 잘 알려진 밀튼 프리드만이 베커가 가르치고 있는 가격이론을 가르쳤고 합리적 기대가설을 창시한 로버트 루카스가 거시경제이론의 미시적 기초를 강조한다는 점 등에서도 이 전통적인 견해를 확인할 수 있다. 베커의 가족에 대한 연구는 1981년에 출간돼 1991년에 증보판이 나온 "가족에 관한 논문"에 집약돼 있다. 이 저서에서 그는 부모와 자식,남편과 아내,자식과 자식 사이 등 가족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그는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 가지는 이타심을 자식이 누리는 효용이 커질수록부모의 효용이 증가한다고 개념화해서 가족구성원의 의사결정과정을 기존의 효용극대화라는 틀 안에서 명확하게 분석했다. 예를 들어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딸과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아들이 있다고 하자. 베커의 "탕자정리(rotten kid theorem)"에 의하면 이 이기적인 아들이 자기에게는 이익이지만 누이에게는 그보다 큰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는다. 아들이 그 행동을 하면 가족 전체의 소득이 감소하게 되어 아버지는 고통분담을 위해 식구 모두의 소비를 줄일 것이다. 왜냐하면 아버지에게 식구 각각의 소비는 모두 소득이 감소하면 소비가 주는정상재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주던 용돈을 그 행동으로 인한 아들의 소득증가분보다 더 줄이고 딸에게 주던 용돈은 늘릴 것이다. 아들은 그 행동을 하면 결국 자기의 소비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무리 못된 자식이라도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은 가족 전체에 해가 되는 행동을 삼가고 오히려 본인에게 손해가 나더라도 가족 전체의 소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동을 택한다. 이 이론을 생산현장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기업가나 관리감독자가 근로자나 부하직원을 부모가 자식을 위하듯이 위한다면 근로자나 부하직원이 아무리 이기적이라도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기업이나 부서의 성과를 극대화한다. 따라서 기업가나 관리감독자에 대해 근로자나 부하직원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베커는 가정을 일종의 작은 기업으로 간주하여 이론을 전개했다. 주부의 요리 및 청소 그리고 자식양육 등 모든 가사를 가계생산이라고 보면 여성의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가계생산의 기회비용이 상승하여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고 출산율이 감소하며 이혼율이 높아진다. 이 이론은 고임금과 단순인력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큰 시사를 준다. 여성 또는 고령자의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시장 밖에서 하고 있는 일, 즉 가사노동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