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감자명령 부당" 판결] '의미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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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의 반발과 당국의 엉성한 대응으로 갈팡질팡했던 대한생명의 처리방향이 31일 법원판결로 더욱 혼미해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법원판결이 부실금융기관 지정에는 문제가 없고 감자(자본금 줄임) 명령도 절차상 형식상 흠만 보완하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국유화일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판결이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생명의 구조조정방안이 잘못됐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최순영 회장측이 독자적인 경영정상화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최 회장이 금감위의 초고속 국유화작업을 저지하려할 경우 또다른 법정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판결의 의미 =행정법원 판결은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만을따를 경우 절차상 흠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예컨대 법원은 금산법상의 행정처분에는 사전통지, 의결제출의 기회부여 등과 같은 행정절차법상의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보험관리인이 이사회결의를 통해 대한생명의 감자를 주도하도록 명령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로써 금감위는 "비교적 사소한" 절차및 형식만 보완해 당초 원했던 감자및 공적자금 투입을 단행할 수 있게 됐다. 내용면에서 사실상 승소해 당초 구상대로 대한생명의 국유화를 단행하는 실리를 챙긴 것이다. 더욱이 서울지법 민사합의 50부는 이날 대한생명 재산관리인 7명의 감자나신주발행 결의가 가능하다고 판결해 금감위의 이같은 계획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러나 최 회장측도 금감위의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소득을 얻었다.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이 일부 정당하다는점을 확인받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측은 맘만 먹으면 법정투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판결은 금감위가 그동안 금산법에 따라 내린 많은 조치가 이같은 절차상의하자를 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가 공공이익을 위해 불가피하더라도 그 절차와 형식은 법적 요건을 충실히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이후 벌어진 금융기관 퇴출, 감자 등에 대해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행정처분이 이미 집행돼 많은 이해관계자가 새로 생겼기 때문에 일부절차나 형식상의 흠만으로는 구조조정 이전의 상태로 원상복귀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금산법의 문제점은 개정작업을 통해 다각도로 보완될 전망이다. 금감위측은 이미 재정경제부와 협의해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생명의 처리방향 =금감위는 법원의 판단을 참고해 대한생명측에 감자명령계획을 미리 알려주고 입장을 밝힐 기회를 줄 계획이다. 이 절차를 마무리하는데 20일가량이 소요된다. 관계자는 "법무법인과의 협의를 거쳐 빠르면 1일 금융감독위원회 임시회의를 소집해 감자및 공적자금 투입절차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정상화조치가 1개월이상 지연된 것이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이 마무리되면 "경영자선정위원회"를 구성해 10월초께전문경영인을 공개모집할 계획이다. 정부가 최대주주이더라도 전문경영인에 경영을 맡겨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경영정상화 노력과 병행해 제3자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최 회장측이 앞으로 법적 절차나 내용을 문제삼을 가능성을 배제할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법정공방은 1라운드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헌법소원 등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최 회장측이 다음달 20일께까지 대한생명 정상화에 필요한 2조원이상의 증자를 단행할 능력을 입증하거나 시간을 더 얻지 않는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