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세기 프런티어) '김태영 농학박사'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 청국장 식초 된장 등은 다른 나라에서 감히 넘볼수없는 우수한 건강 식품입니다. 따라서 이를 잘 가공하고 현대화하면 서구 사람들 입맛까지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 김태영(45) 박사. 그는 주류.식품 제조업체들 사이에선 "발효공학의 대가"로 통한다. 김 박사의 연구 분야는 전통 발효식품을 과학화.현대화해 세계적으로 뛰어난 차세대 미래 식품을 개발해 내는 것. 예를 들어 청국장의 냄새를 제거하면 빵의 소스로도 개발이 가능하다는것이다. 또 된장을 저염식으로 가공 개발하면 현대인의 기호에 맞는 훌륭한 영양식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발효식품은 항암 정장 노화방지 성인병 예방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음식 양념 정도로 쓰이는 식초만 해도 전통적인 발효방식으로 만들면 젖산 유기산 등이 풍부해져 숙취나 피로회복 스트레스해소 효과가 약보다 오히려낫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만 전통 방식으로 식초를 만들면 1~2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는 이 숙성시간을 3개월로 단축, 기능성이 뛰어난 식초를 만드는 기술을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농촌진흥청 전체 5백여명 농학박사중 가장 많은 특허를 획득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개발해 특허등록한 9건중 4건은 이미 주류및 식품업체로 기술이 이전돼 실용화됐다. 대표적인 것이 전통주용 "개량누룩제조법". 기존 전통 누룩보다 발효기능성이 4배나 높고 향이 우수하다. 전통주 품질을 한단계 높이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다. 현재 전국 44개 전통주 제조업체중 20개 업체에서 개량 누룩을 사용하고 있다. "백세주" "이동막걸리" "지리산약술" 등을 먹은후 아침에 골치가 아프지않고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는 것도 바로 개량 누룩 덕분이다. 검은 색을 띤 유색쌀(흑진주미)을 이용, 포도주와 유사한 유색술도 개발해소백산양조 등 3개 술 제조업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이들 업체는 올 추석전 "유색 탁주" "정"이란 이름의 쌀 와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박사는 또 농민들이 애써 키운 과일이나 약재를 가격폭락 등의 이유로 버리는 일이 없도록 이를 발효기술을 이용, 기능성 술이나 식초 요구르트 등으로 만드는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여주 참외, 남양주 먹골배, 정선 생열귀, 이천 황기 등 지역 특산물이 연구 대상이다. 밀감껍질을 이용한 밀감식초 제조법도 특허를 따낸 기술중 하나이다. 이처럼 "발효의 세계"에선 하찮은 밀감 껍질도 소중한 산업자원이 되는 셈이다. 토종 식품의 연구자답게 그는 순수 국내파 박사다. 원광대 대학원 농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구하는 틈틈이 짬을 내 원광대 대학원과 안성산업대 등에도 출강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