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이버] e-코퍼레이션 : (실리콘밸리 파일) SW 무료보급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일자에 재미있는 풍자만화를 실었다. 그 만화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www.microsoft.com) 회장은 소프트웨어(SW) 상자들을 잔뜩 들고 얼빠진 듯 서 있고 스콧 맥릴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은 그 왼편에서 한쪽 이를 악물고 컴퓨터에 호스로 SW를 쏟아붓고 있었다. 두 회사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만화를 보고 폭소를 떠뜨렸다. 기가 막힌 풍자였기 때문이다. 서버 전문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스(www.sun.com)는 지난달 31일 업무용 SW업체 스타디비전(www.sun.com/staroffice)을 인수하면서 MS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전략을 발표했다. 인터넷을 통해 업무용 SW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스타디비전은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 전자우편 캘린더 프리젠테이션툴등 MS의 "MS 오피스"와 비슷한 SW를 개발, "스타오피스"란 이름으로 팔아왔다. 선은 이 스타오피스를 인터넷 버전으로 개발키로 한 것이다. 선은 스타오피스 인터넷 버전의 이름을 이미 "스타포털(Star Portal)"로 지어놨으며 웹 브라우저를 통해 이 SW들을 쓸 수 있도록 개발할 작정이다. 선은 스타포털을 AOL같은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을 포함한 협력 업체들을 통해 보급해 여러 방향에서 MS의 목을 조인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은 "SW"라면 CD롬이나 플로피 디스켓에 담긴 것을 떠올린다. 선의 전략은 이런 통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인터넷만 되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SW를 쓸 수 있게 하면 "1PC 1SW"를 내걸고 SW를 팔아 떼돈을 벌고 있는 기존 SW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없다. 특히 한해 업무용 SW 매출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MS로선 곤혹스럽다. 선의 파격 선언에 맞서 MS는 인터넷을 통해 SW를 임대한다는 대응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SW 임대를 궁여지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SW를 임대하면 사용자 입장에선 쓴 만큼만 사용료를 내면 돼 굳이 목돈을 들여 SW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업무용 SW 매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게 이들의 견해다. 업계에서는 선의 새 전략에 대해 최근 인터넷 프로그램 언어 "자바"의 사용권을 놓고 벌인 소송에서 MS에 당한 것을 비롯 그동안 해묵은 앙갚음을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서버가 주력인 선 입장에서는 업무용 SW를 무료로 보급해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선은 인터넷을 통한 SW 무료 보급 서비스 시작시기를 내년 3월로 잡고 있다. MS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