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균의 '잔디 이야기'] '에어레이션'

첫홀에서 부터 티샷뿐만 아니라 아이언 샷까지 완벽하여 날아갈듯한 기분으로 그린에 도착했는데 유리같던 그린표면 전체에 일정 간격으로 구멍이 마구 뚫였던 자국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 골프장 어제 에어레이션 했군"이라고 말하면서 씽긋 웃을 수 있는 골퍼는 과연 몇명이나 될까? 그린의 잔디는 잎이 4mm내외로 잘려지기 때문에 뿌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즉 깊고 건강하게 내린 뿌리가 필수적이란 뜻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밟다보면 마치 축구공들 사이에 탁구공이 들어가면서 축구공만으로 되어 있었을때의 공간이 탁구공으로 채워진다. 이는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빈공간이 적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때 그린 토양의 모래입자사이에 자꾸 밟아 부서진 미세한 토양입자가들어차면서 잔디 뿌리 주변에 공기가 부족하게 된다. 잔디는 자연히 산소 부족으로 시들거나 죽게 되는 것이다. 또 이러한 과정이 뿌리가 자라는 토양을 단단하게 만들어 수분과 필요한 영양소의 토양 침투를 어렵게함으로써 잔디생육을 저해하게 된다. 따라서 일정 기간마다 그린토양에 인위적으로 구멍을 뚫어주어 토양내에 신선한 공기와 수분이 들어갈 수 있게 해주고 단단해진 토양층도 완화시켜주기 위해서 이러한 에어레이션 즉 통기 작업을 해주는 것이다. 어떤 골프장에는 그린이 홀당 두개씩 있어서 한쪽에서 이러한 에어레이션을해주면 에어레이션 자국이 회복될때까지 다른 그린을 사용하여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프장이 퍼팅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서 그린을 크게 그리고언듀레이션(그린표면의 굴곡)을 많이 둔 그린을 홀당 한개씩만 만들기 때문에가끔씩은 골퍼들에게 에어레이션을 하여 구멍이 뚫린 그린을 그대로 제공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에어레이션 후에 그린에 모래를 가볍게 뿌려 구멍을 살짝 메꾸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러한 에어레이션 후에 잔디가 파릇파릇하게 건강을 되찾는 모습은 잔디관리자에게 보람이요, 우리 골퍼들에게는 다음번에는 더 좋은 그린 상태에서 퍼팅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마음이 언짢으면 다음 이야기가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 PGA 투어의 전설적 영웅인 톱 왓슨이 켄사스시 컨트리 클럽에서 18홀 58타의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 전날 그곳의 잔디관리자들이 전그린에 대한에어레이션을 했다는 사실이다. 모처럼 밟아본 골프장의 그린에 에어레이션으로 구멍이 뚫려있어 기분이 상했다면, 한번쯤 팀 왓슨을 머리속에 떠올려 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