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깊이읽기) '국민은 변화를 요구한다'

영국에 "웅장한 지상 해군"이라는 말이 있다. 해군 주력함이 10년만에 3분의2 이상 줄었고 해군 병사도 30%나 감소했는데 본부 근무자는 78%나 증가한 현상을 꼬집는 말이다. 2차대전후 식민지가 줄었지만 총독부 근무자는 5배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관료조직은 업무량에 관계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다는 파킨슨 법칙을 증명하는 사례다.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부 박영택.신환선 교수는 "국민은 변화를 요구한다"(한국표준협회, 1만2천원)라는 책에서 "품질경영으로 공공부문 혁신을 이루자"고 강조한다. 민간 기업처럼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품질경영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저자들은 정부에서 품질경영을 도입할 경우 실패비용의 30%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올해 예산총액 85조원의 25%가 품질비용이고 이것의 70%를 실패비용으로 보면 4조5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혁신에서 가장 시급한 요소는 의식의 전환이다. 일본 고베 지진 때 정부와 민간의 대응방식은 대조적이었다. 자위대는 지사의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즉시 출동하지 않았다. 지방 장학관의 인가가 없어 학교에 난민 텐트를 치는 것도 지연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신한은행과 일본 관서흥은 등 민간의 자세는 달랐다. 식수가 모자란다는 방송을 듣고 식수 대신 목욕물을 긴급 제공했다. 방송후 식수가 해결되자 목욕물이 대인기를 끈 것은 당연하다. 사후의 "대응형"보다 미리 준비하는 "선행형" 사고의 예다. 저자들은 행정품질의 선구자인 미국 매디슨 시청을 모델로 "배후의 근본 원인을 찾아 일상 업무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미국 공군기동사령부는 어떤가. 미국이 걸프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군수사령부에군수물자를 신속정확하게 보급했기 때문이다. 공군기동사령부는 세계최고 수준의 택배업체 페덱스의 "특급 배달"을 벤치마킹해 "사막의 특급작전"을 펼쳤던 것이다. 저자들은 총체적 품질조직으로 거듭난 미국 국세청 오그덴 서비스센터와 리츠칼튼호텔의 품질경영을 비교분석했다. 국내 사례로는 철도청과 한국전력공사 제주도청 행정자치부의 혁신노력을 소개했다. 품질경영의 3대 원칙은 "처음부터 올바르게 한다" "불량품을 고객에게 전달하지 말라" "불량품이 전달됐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조치하라"로 요약된다. 공공부문 혁신에 이 원칙만 적용해도 국가경쟁력이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지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