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가격체계부터 합리화해야

전기와 휘발유 도시가스 등 에너지 요금이 다음 달에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에너지의 수입의존도가 거의 1백%에 이르고 국제 원유가격이 연초보다 두배 가량 오른 점을 고려할 때 국내 가격의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인상요인이 있는 공공요금을 무리하게 묶어둘 경우 당장은 물가안정에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인상을 무작정 반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히 원가상승을 반영하는 가격인상에 그치지 말고 에너지 가격의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불합리한 가격구조가 소비구조를 왜곡시키고 절약의지도 희석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2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과 에너지소비의 상관관계를 비교한 에너지소비 탄성치는 우리가 1.18, 일본은 0.67, 미국은 0.33이다. 90년대 이후만 따질 때 우리의 탄성치는 1.47로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서민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고 산업계의 경쟁력을 높여준다는취지로 특정 분야의 에너지 가격을 정책적으로 낮게 책정해왔다. 때문에 산업구조는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굳어졌고 소비절약 의지는 약화됐다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을 부추기는 일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부정 휘발유의 대량유통 등 이로 인한 부작용이 누적돼 경제에 크나큰 짐이 된다는 점이 문제다. 더구나 환경보전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추세는 지금과 같은 허랑방탕한 에너지 소비를 용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미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이산화탄소의 방출량을 줄이기로 합의한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에도 자신들을 따르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현 소비구조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공장의 절반 정도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농산물 시장을 개방한 우루과이 라운드(UR)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가 필요 이상의 커다란 정치 사회적 갈등을 빚었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일부 용도의 가격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한 전기 및 유종의 가격은 물론 에너지원간의 가격을 전체 에너지의 수급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에너지 관련 세제를 고치는 일도 시급하다. 턱 없이 높은 자동차의 취득세나 보유세를 낮추는 대신 주행관련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원간의 세금도 형평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다. 공해를 유발할수록 세금 부담을 무겁게 하는 원칙도 도입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