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미국-중국 긴장완화 돌파구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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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2일부터 이틀동안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만난다. 양국 정상의 이번 만남은 71년에 미.중 국교가 정상화된 후 긴장상태가 절정에 달해 있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미국의 중국 대사관 오폭사건을 중국측이 반미감정을 조장하고군비증강과 인권탄압을 위한 구실로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베이징의 시각은 미국의 오폭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에 부정적인데다 인권문제를 들고나오는 것은 미국이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원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중국측은 생각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만의 갑작스런 양국론제기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심지어 일부 중국지도자들은 미국이 중국을 양분시키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은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국면을 해결하기 위해 장쩌민 국가주석과 주룽지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하고 클린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양국정상의 교차방문에도 불구하고 긴장완화를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주룽지 총리의 방미중 중국의 WTO가입 문제가 매듭지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 국내의 정치적 이유때문에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중국과 미국의 대결구도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한다. 지금의 중국을 1차대전 직전의 독일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지도부가 중국내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중갈등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양국 모두에 치명타를 줄수 있는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도 있다. 따라서 양국은 현재의 과열된 분위기에서 한발짝씩 물러설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미국에서는 중국이 소련을 대체할 적성국으로 부각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 압박용 카드로 활용해 왔던 인권문제에서 한발 양보해야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인권문제를 외교정책에서 중요하게 취급해왔다. 그러나 긴장관계가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 인권문제만을 따로 떼어내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미의 긴장관계는 중국의 군사력 측면을 감안할 때 과거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의 양대구도로 회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중국은 과거 소련처럼 전략적인 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중국이 옛소련처럼 미국에 군사적으로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군비를 더욱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대로 과거 20년간의 연평균성장률(10%)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노동력 증가율과 엇비슷한 이같이 둔화된 성장속도로는 군비증강에 한계가 있다. 최근의 미.중 갈등구도에서는 대만문제가 최대 핫이슈다. 미국은 레이건 시절부터 두개의 중국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대만을 버리고 중국을 정식 국가로 받아들였다. 미국은 그렇지만 "하나의 중국"정책을 택했음에도 불구, 대만에 대한 중국의무력사용을 반대해 왔다. 이같은 복잡한 구도 속에서 미국이 중국의 대만정책에서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중국과는 별개의 국가로 그 지위를 인정받으려 할 경우 중국의 무력사용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번 APEC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장 주석은 반드시 관계 정상화를 통해 최근의 급박한 위기국면을 수습해야 한다. "전략적 파트너십"같은 선언적인 이고 관행적인 합의만으론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 대만문제와 관련, 미국은 무력사용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견지하고 하나의 중국정책에 대한 어떤 변화도 없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 대만이 현재의 틀을 깨지 않도록 유도, 최악의 상황을 차단해야 한다. 냉전구도는 전통적으로 양측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금의 대결국면이 냉전구도로 고착되면 중국의 경제성장은 더욱 위축된다. 중.미간 군사력의 불균형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냉전은 중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중국정부는 여러가지 카드를 갖고 있다. 중국은 옛소련처럼 서방측과 대결구도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경우 세계 평화기조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하지만 주변국들이 중국의 대결구도에 동참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중국은 옛소련처럼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 글은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에 게재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