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화합 현장을 가다] '롯데삼강' .. "노사 따로 없다"

지난 97년 11월. 환율과 금리 폭등으로 한국경제가 백천간두에 섰던 때 롯데삼강도 존폐의 기로에 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천안공장 신축 과정에서 부채가 급증, 96년에 38억6천만원의 적자를 낸 데다97년에엔 더 큰 적자(92억5천만원)가 우려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대량으로 감원을 하고 퇴직금도 일부는 주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얼마 뒤인 그해 12월9일 오전 구내식당에서 노사한마음결의대회가 열렸다. 소병관 노조위원장이 연단에 섰다. "롯데삼강 노조는 긴박한 국내외적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낳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연말 상여금 1백%를 자진반납한다고 선언했다. 또 생산성 향상과 매출 목표 달성, 철저한 품질관리로 클레임을 제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대표도 상여금 반납 모든 경비 30% 절감 부실재고 추방 등을 담은결의문을 이종규 대표이사에게 전달했다. 이 대표도 "인위적인 감원이나 정리해고 없이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화답했다. 노사간의 이같은 약속은 그대로 실행됐다. 노조는 임금동결과 함께 연월차수당을 반납했다. "일 더 하기 운동"도 전개했다. 점심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였고 퇴근시간은 1시간 늦췄다. 소 위원장은 야근으로 고생하는 노조원을 격려하느라 때때론 사무실을 침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인력재배치 과정에서 장기근속자 4백여명이 무더기로 퇴직, 노동강도가 30%이상 높아졌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도 솔선수범과 내핍경영으로 노조의 구사운동에 힘을 더 해주었다. 보기드문 고졸 출신(마산상고) 최고경영자로 지난 97년 9월에 취임한 이대표는 1년만에 회사를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곳곳에 낀 거품부터 걷어내기 위해 본사부터 공장으로 옮겼다. 대표이사가 됐지만 광고전단지 뒷면을 메모지로 쓰는 그다. 접대비와 활동비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무조건 구내식당에서 들면서 직원들과 매일 이야기를 나누었다. 외부손님이 찾아오더라도 이 원칙을 지켰다. 토요일마다 직원 10명씩을 초청,회의실에서 도시락을 함께 먹었다. 이러다보니 회사 실정을 손바닥 보듯 알 수 있었다. 외부거래처를 접대했다며 영수증 결제를 요구하는 임직원도 사라졌다. 노사는 지난해 12월 1일 노사한마음결의대회를 열고 30분 일 더하기 운동 부실재고및 채권 추방운동 등을 다짐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롯데삼강은 지난해 1백33억6천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단번에 2년간의 적자를 만회했다. 차입금도 97년말 1천1백93억원에서 작년말엔 6백90억원으로 줄였다. 이로인해 부채비율이 2천6백89%에서 1백67%로 급락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8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올 연간 예상순이익은 1백50억원. 롯데삼강은 공시지가 2백억원대의 문래동 공장을 매각, 제2공장이 있는 천안으로 이전한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5년동안 최신설비를 갖춘 밀레니엄형 공장을 신축해 "신식품 문화"를 창출하는 종합식품회사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