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박꽃 저녁' .. 류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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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산 그늘이 초가를 덮치고 헛간 지붕에 박꽃 피면 할아버지 헛기침 소리 들리고 부엌에선 쌀 안치는 소리 새어 나왔다 불을 잘 다스렸던 할머니는 장작개비 서넛으로 네 식구 배 채울 두 홉 밥을 지으셨지 불에 숨구멍 틔워가며 살가운 숯 만드셨던 할머니 불살 움직이는 소리 헤아려 눈 감고도 밥 지으셨던 할머니 따라 모처럼 불 지펴보지만 밥을 짓는지 불을 짓는지 부지깽이만 태우는 내겐 불 때는 일 늘 서툴고 불 장난 같아 자주 오줌만 마렵다 ** 시집 "빗방울 듣고 나는 말한다"----------------------------------------------------------------------- 약력 :64년 경남 산청 출생. 경남대 국문과 졸업. 91년 "우리문학"으로 등단.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