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흠흠신서' 출간 .. 형사사건 다룬 저서

다산 정약용(1762~1836)은 5백여권의 저서를 남기며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다. 18년간의 유배생활에서 일궈낸 그의 학문은 전통 성리학에 실사구시적 연구방법론을 접목시킨 것이다. 유배생활의 대부분을 경전연구에 쏟았던 다산은 말년에 접어들어 치인서에 눈을 돌린다. 당시 사회 현실이 그를 경전에만 매어놓질 않았던 것이다. "흠흠신서"는 목민심서 경세유표와 함께 다산의 대표적인 저술인 1표2서가운데 하나다. 형사 사건을 판견할 때에는 "삼가고 조심해서 마땅히 살릴 사람을 죽이거나 죽일 사람을 용서해 살려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법정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책"이란 뜻에서 책 제목을 흠흠신서라 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흠흠신서는 5편 5백49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1편에는 경전의 교훈과 역사상에 나타난 형사사건 판결사례의 중요한 뜻이 실려있다. 판결 보고 선고의 실제 사례를 2편에 기록했다. 3편에는 법을 어긴 사람의 죄에 마땅한 형벌을 판정한 사례를, 4편에는 지방 군현의 사건기록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다산의 반론을 담았다. 다산이 직접 다룬 형사사건을 마지막 5편에 수록했다. 흠흠신서도 대부분의 고전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한자로 적혀있다. "역주 흠흠신서"(박석무.정해렴 역, 현대실학사, 1만5천원)는 이런 점을 고려해 난해한 다산의 사상을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알기쉽게 풀이했다. 원문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과 서적을 간략히 해설해 부록으로 실어 참고하도록 배려했다. 또 색인을 자세히 뽑아넣어 실제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고전의 면모를 더욱 살렸다. 역주 흠흠신서는 일반인에게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이라 할 수 있다. 입법이나 사법에 관련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