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균의 '잔디 이야기'] '통행이 집중되는 곳'

옛날 차도 길도 없었을때에는 어떻게 사람들이 길을 찾아 서울에서 영호남 지역까지 갔을까. 그 방법은 먼저 간 사람들이 풀을 밟고 지나간 자리를 다음 사람도 쫓아가는 형태였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자주 지나간 자리에는 잔디가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길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아마 서울까지 오는 당시의 산길도 이런식으로 생겨났을 듯. 대부분의 골프장 그린에서 다음 티로 이동하는 이동 통로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잔디에 가해지는 압력(사람이 밟았을 때의 체중)은 잔디 줄기나 잎을쪼개는 경향이 있다. 또 스파이크가 달린 골프화로 발을 끌거나 할 때 잎이 찢기게 되고 이렇게 생긴 잔디의 상처는 병원균의 침입을 받기 쉽다. 이렇듯 잔디의 마모에 의한 피해는 바로 눈에 띄는 반면, 토양의 고결에 의한 피해는 불명확한 경향이 있다. 토양의 고결이란 지속적인 사람이나 차량에 의한 기계적 압력으로 지표면에서 약 8cm정도까지의 땅이 단단해 지는 현상이다. 이는 토양내의 공기 유통을 줄일 뿐만 아니라 유해한 갓의 배출도 어렵게하고 또 수분의 침투력 등도 줄인다. 결과적으로 잔디뿌리에 해를 주기 때문에 차츰 잔디의 질, 성장력을 떨어뜨린다. 통행이 있는 곳에서는 잔디의 마모와 토양의 고결이 어느정도 일어난다. 따라서 통행이 집중되는 곳에서는 가능한한 이러한 통행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보통 골프장에서 잔디보호라는 팻말과 함께 줄을 쳐놓아서 통행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집중된 답압으로 활력이 떨어진 잔디를 회복시키기 위해 쳐 놓은 잔디의 생명선이다. 이곳에선 골퍼들이 반드시 돌아서 이동해주어야 한다. 또한 페어웨이 안으로 골프카를 타고 들어가도록 허용된 골프장에서도 급출발, 급제동, 과도한 스피드에서의 방향전환을 금해야 한다. 또 도로위로 골프카를 몰고 가다가 볼이 있는 지점의 측면에서 90도로 꺾어 들어가 잔디에의 영향을 최소화 하는 것이 골퍼들의 기본적인 매너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