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탐구]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 .. 관료 출신

[ 파일 ] 37년 충남 보령 출생 57년 대전고 졸업 61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68년 6회 행정고시 합격 85년 광주지방 국세청장 89년 재무부 세제국장 91년 국세심판소장 94년 재무부 세제실장 94년 한국투자신탁사장 96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98년 한국산업은행 총재 부인 이영자(55)씨와 1남2녀-----------------------------------------------------------------------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는 불도저 스타일이다. 심사숙고하지만 한번 결정한 일은 뚝심있게 밀어부친다는 평을 듣는다. 보수적인 금융계에서는 독특한 성격이다. 그가 금융인으로 변신한 것은 6년이 채 안된다. 원래 세제전문가였다. 26년동안 국세청과 재무부에서 세제와 세정을 다뤘다. 그러다가 지난 94년 한국투자신탁을 시작으로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의총사령탑으로 변신했다. 이 총재는 이 와중에 "경영혁신,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가는 곳마다 강도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손에 피도 많이 묻혔다. 지난해 산은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직원을 6백16명(25%) 줄이고 조직도 35% 감축했다. 경영혁신의 결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산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공도 있지만 미해결과제도 많다"며 "마지막까지 잘 해내는 총재가 되길 기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구조조정업무에도 일가견이 있다. 산은 총재로 부임하자마자 최대 난관이었던 기아자동차 매각문제를 처리했다. 지금은 대우사태와 관련해 대우중공업 처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 총재는 부실기업처리와 숙명적으로 인연이 깊다. 이 총재가 국세청 조사과장으로 일하던 70년대의 이야기. 당시 검인정교과서 비리사건이 터졌을때다. 그는 국세청 과장으로 일하면서 정부산하기관이던 이 회사를 떠맡아 뒷처리를 했다. 교과서 유통단계를 줄이고 곧바로 교육청에서 일선학교에 직접 교과서를 보급토록 하는 유통혁명을 단행했다. 그때부터 부실기업의 해결사로 등장한 셈이다. "관료티"를 완전히 벗지는 못했지만 관료출신답지 않는 능숙한 경영솜씨도이런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다. 그의 경영마인드를 보여 주는 한가지 일화. 96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일때 그는 요즘 여자농구선수들이 입는 몸에 딱 달라붙는 유니폼을 처음 고안했다. 성적은 밑바닥이고 인기스타도 없는 농구팀이었다. 이 총재는 홍보효과라도 최대한 높이기 위해 헐렁한 여자 유니폼을 벗겨버리고 눈길을 확 끄는 옷을 입혔다. 이 총재는 그 일로 당시 세미프로여자농구협회장직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수도 없이 받을 정도였다. 이 총재가 평소 주장하는 "마음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경영철학이 성과를거둔 사례다. 실제로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조그만한 수첩들이 많다. 한장 한장 깨알같은 메모가 적혀있다. 자그마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곧바로 적어놓고 다시 검토하는 습성이 몸에 밴 것이다. 지난 97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때 능률협회가 선정한 경영혁신대상 최고경영자상을 받은 것도 이같은 숨은 노력의 결과다. 하지만 최대 국책은행을 맡은 이후 고민도 많다. 지난해 국민 세금으로 3조3천6백70억원을 증자했던 만큼 하루빨리 산은을 제궤도에 올려 놓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유가증권 평가익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9천22억원의 흑자를냈지만 아직도 맘놓을 수 있는 금융환경은 아니다. 시설투자자금대출도 활발하지 않다. 더욱이 정부의 지시로 각종 정책성 사업에는 항상 먼저 동원된다. 중소기업지원 펀드니 지방이전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도맡는 것이 예다. 산은이 설비투자 금융기관이자 국제투자은행으로 제발로 서기에는 여전히 "사공"이 많아 고민도 크다. 이규성 전 재경부장관, 이동호 은행연합회장과 대전고 동문이다. 취미는 등산.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