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임] '연 산악회' .. 조병세 <국가보훈처 차장>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 했던가. 여기 산이 있어 산에 오르다 인연을 맺어 10여년간 동행 등반을 하는 모임이있다. 남녀노소, 신분, 지역, 학교를 불문하고 오로지 인연 하나로 맺어진 "연 산악회"다. 산악회 이름이 특이하지 않은가. 우리는 "연"을 굳이 한자로 표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에 함축된 뜻이 많기 때문이다. 매월 첫째주 일요일 아침 여덟시에 만나 서울근교의 산에 오르며 알음알음 모인 회원이 무려 80여명이다. 우리나라 국어대사전에는"연"에 대한 의미가 무려 18가지나 있다. 그 중 우리산악회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의미를 몇가지 추려본다. 장 먼저 제비 연을 들 수 있다. 우리 회원들은 정상에서 야-호 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제-비"하고외친다. 정말이다. 그 다음은 회원들이 서로 만나게 된 인연을 의미하는 연이다. 회원각자는 인이요, 산행을 하는 것은 연인 것이다. 그리고 안보면 보고 싶고, 헤어지면 만나고 싶은 그리운 연, 불가에서 존중과 장수, 건강, 불사, 행운, 군자 등을 상징하는 연꽃 연, 잔치를 베풀어주는베풀 연 등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연산악회는 이 많은 "연"의 의미를 함축시킨 끈질긴 인연으로 10여년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산행을 해 오고 있는지 모르겠다. 회원가입 또한 재미있다. 정식회원이 되려면 우선 3곡이상 노래를 부르는 "신고식"을 해야 한다. 멋모르고 친구를 따라 온 경우 낭패당하기 일쑤다. 요즘이야 노래방이 많아 대부분 잘 하지만 전에는 노래에 자신이 없어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꽤 많았다. 지난 6월엔 "산이 좋은 사람들"이란 수필집을 내기도 했다. 아름다운 만남을 솔직담백하게 그린 수작들이 많다. 산행수필집으로는 으뜸임을 자신한다. 연산악회 회원들은 모두가 형이요, 아우요, 누이다. 그리고 우리는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쌓아간다. 이번 일요일도 우리는 산에서 외칠 것이다. "제-비"라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