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 중국...고민과 선택] (1) '베이징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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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공화국이 오는 10월 1일 건국 50주년을 맞는다. 항일투쟁 국민당축출 건국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등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역사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 또다른 50년 준비에 여념이 없다. 21세기를 향한 발걸음이다. 50살 중국 경제의 고민과 향후 진로를 진단한다. 베이징 중심가에 자리잡은 할인매장인 쟈러푸(까르프). 금요일 오후 근무시간인데도 이 곳 매장에는 발들일 틈이 없다. 카트를 끌기가 어려울 정도다. 아이를 카트에 태운 주부, 노부부, 직장인인 듯한 젊은 남녀 등이 물건 고르느라 아우성이다. 진열대 상품은 천장높이 만큼 쌓여있다. 1층 매장 중앙에 경축 50주년이 쓰인 붉은색 대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 현수막에 신경쓰는 쇼핑객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쟈러푸 밖 베이징 거리는 지금 거대한 축제장을 방불케 한다. 건국 50년 기념식을 위해 수 백만개의 화분이 도로로 옮겨졌다. 보도블럭이 새로 깔렸다. 침침하던 베이징의 밤은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빛나고 있다. 건국 50주년을 성스럽고 웅장하게 치르려는 당국과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시민. 건국일을 닷새 앞둔 베이징의 모습이다. 지천명의 나이에 천명을 안 걸까. 중국은 건국 50년의 의미를 과거보다는 미래에 둔다. 성대한 건국절 기념행사를 통해 전세계에 슈퍼파워 중국의 이미지를 심고자 한다. 21세기 국제 정치 경제 무대로의 진출이 혁명을 완수하는 길 이라는 장쩌민 국가주석의 말은 이를 보여준다. 중국의 최근 경제개혁은 혁명 완수를 위한 초석 깔기 작업이다. 경제의 주축인 국유기업에 현대적인 경영원리가 도입되고 있다. 경제 혈맥인 금융시스템 정비 작업도 활발하다. 새로운 상품유통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중이다. 인터넷 정보통신 혁명의 물결은 중국으로도 밀려들고 있다. 중국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통해 국제경제 무대로의 복귀를 노리고 있다. 베이징의 한국 상사원들은 중국 기업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민영기업 및 외국투자기업에서 시작된 경영혁신 붐이 점차 대형 국유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의사결정 절차 및 시간이 점점 단축되고있다며 돈과 관련된 사항에서 만큼은 만만디가 안통한다고 덧붙인다. 당국의 요란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시민들이 건국기념 행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생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이미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 그들은 이제 주위에서 누가 더 풍족하게 사느냐를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개방의 혜택을 먼저 잡은 일부 떼부자들이 등장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다. 게다가 개혁정책이 심화되면서 기존에 누렸던 복지혜택이 줄어들고 있다. 그들은 이제 스스로 벌어서 집을 장만해야 한다. 자녀 교육비도 자신들의 책임이다. 기업개혁 행정개혁 과정에서는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다. 고위층의 부정부패도 시민의 냉소주의를 부추긴다. 당국이 벌이고 있는 전시행사가 반가울리 없다. 한 택시운전사는 그들(정부)은 1년 꼬박 벌어 국경절 하루에 다 쓰고 있다고 비아냥 댄다. 당국의 개혁정책과 주민들의 생활에 괴리감이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지난 89년 발생한 텐안문 사태가 민주화 열망과 경제적 불평등,인플레, 실업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시민들의 불만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점점 달아오르는 국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다독거리느냐 하는 문제는 지천명중국 공산당 정권의 최대과제로 떠올랐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