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 중국...고민과 선택] (4) '유통산업의 변화'
입력
수정
베이징 시내 북경전람관에서는 요즘 건국 50년 성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인민생활관은 전람회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코너. 지난 50년간 중국인들의 소비 변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한칭마오(66) 노인은 옷감 배급표인 부퍄오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83년까지 부퍄오가 배급됐습니다. 표로 옷감을 배급받아 집에서 옷을 만들어 입었지요. 재봉틀은 당시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옷을 사 입는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요" 그는 부퍄오가 가난했던 시절 중국 인민들의 생활을 대변해준다며 이같이 말한다. 당시에는 옷 만들어 3년, 낡은 옷 3년, 꿰맨 옷 3년이라는 말이 유행했단다. 옷 한 벌로 9년을 입어야 할 정도로 힘든 생활이었다. 부퍄오가 사라진지 불과 16년. 베이징의 왕푸징, 상하이의 난징루 등 주요 상가 백화점에는 지금 옷이 넘쳐나고 있다. 왕푸징 백화점에서 싸게는 3백위안(4만2천원)에 남자 신사복 정장을 고를 수 있다. 노점 옷 가게에서는 2백50위안에 살수 있다. 개혁개방이후 중국의 변화는 옷 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는 말이 실감난다. 물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에는 기업들은 살테면 사고 말테면 말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물품 공급이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상점 직원들도 정중하고 상냥해졌다. 중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시장 주도권이 마이팡(賣方)에서 마이팡(買方)으로바뀌었다고 표현한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인들이 가장 갖고 싶어했던 상품은 자전거 손목시계 재봉틀 라디오 등이었다. 80년대 중반들어 TV 세탁기 녹음기 냉장고 선풍기 카메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도시 지역의 경우 이미 이들 제품은 포화 상태다. 베이징에서 이들 제품이 없는 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중국 도시 지역 주민들이 가장 사고 싶어하는 상품은 컴퓨터 이동전화 자동차 주택 등 고가품이다. 그들은 미래 상품을 사기 위해 꼬깃꼬깃 돈을 모은다. 중국 전체적으로 보면 인기품목 구도가 달라진다. 미국 여론조시기관인 갤럽은 최근 중국전역 4천가구를 대상으로 소비성향을 조사했다. 조사가구중 30%가 앞으로 2년안에 컬러TV를 사겠다고 답했고 세탁기(22%)냉장고(21%) 비디오(19%) 등의 순이었다. 컴퓨터 전자렌지 이동전화 주택 등은 10%안팎에 그쳤다. 이는 곧 도시에서는 한 물 간 컬러TV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이 소도시 농촌에서는 앞으로도 잘 팔릴 것임을 말해준다. 무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선화씨는 중국에서는 상품 라이프사이클이 길다며대도시 인기품은 수 년간의 시차를 두고 중소도시로 번져나간다고 말했다. 유통구조도 바뀌고 있다. 슈퍼 할인점 편의점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상점들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처럼 늘어가고 있다. 중국 주요 도시에 체인점을 갖춘 유통업체가 1천1백50개나 된다. 자러푸(까르푸) 워얼마(월마트) 마이더롱(메트로) 등 외국 할인점이 중국 주요 도시에 잇따라 상륙, 상권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상점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대신 그들은 주택구입이나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은행을 찾아간다. 물가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디플레는 지금 중국의 산업을 멍들게 하고 있다. 중국 유통업계의 변신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얼마나 열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