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21가지 대예측] (8) <3> 에듀테인먼트 [하] 멀티...

[ ''멀티캠퍼스'' 초일류기업 산실 ] 컴퓨터회사 영업부문에 근무하는 표재형(34) 대리는 우울하다. 몇 년째 곤두박질을 치던 자신의 영업실적이 이제 "위험 수준"까지 떨어졌기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품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데 영업맨이 그 제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고객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물건이 팔릴리 없다. 대학을 나와 입사한지 벌써 7년. 학창시절에 배웠던 시스템관련 지식은 이미 "구닥다리"가 돼버렸다. 영업일선을 뛰느라 공부를 게을리 했던터. 이젠 능력에 한계를 느끼게 된 것이다. 표 대리는 고객사로 향하다 말고 도로 한켠에 차를 세웠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기판에 부착된 PC를 켰다. 무선으로 사내 인터넷통신망을 접속했다. "사내 사이버대학"을 찾아 교육과정을 검색했다. 모니터상에 나타난 예쁜 "커리어 도우미"가 몇가지를 묻고는 자동으로 그에게 맞는 교육과정 세가지를 추천했다. 표 대리는 과정별 특징을 입체영상과 함께 훑어보곤 터치스크린을 눌러 시스템엔지니어링(SE) 고급과정을 배우겠다고 신청했다. 5분후 표 대리의 모니터엔 강의를 들어도 좋다는 "승인 메시지"가 날아왔다. 동시에 SE 고급과정의 교육강도를 감안해 그의 월별 영업목표치가 10% 낮춰졌다는 메시지가 깜박거렸다. 캠퍼스를 넘어선 교육은 이제 "평생교육(Lifelong Learning)"이라는 새로운궤도를 향해 달리게 된다. 새로운 천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스스로를 계발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수 없는 시대. 인터넷 통신망을 통한 원격교육은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열쇠가 된다. SE 과정이라고 하지만 교육 과정은 결코 딱딱하지 않다. 비디오와 게임을 통한 교육이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원격교육의 대상은 유아에서부터 초.중.고 대학생과 직장인 등으로 다양하다. 따라서 교육을 위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개발방향은 분명하다. "보다 재미있고, 보다 현실감있게" 꾸며 나간다는 것이다. 통신속도도 빨라야 한다. 현실을 방불케 하는 입체영상과 흥미진진한 게임은 필수다. 미국 트레이닝 매거진은 "98년도 산업보고서"에서 "기업내 공식적인 교육훈련과정의 31%를 외부 공급자들이 맡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전문 웹사이트인 "이피넷(www.yippinet.com)" 등 전문적인 콘텐츠를 갖춘 업체에 아웃소싱(외부위탁)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세계 초일류기업들은 나름대로의 교육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휴렛팩커드(HP)사의 신입사원들은 선배들의 업무 노하우를 별도로 전수받을 필요가 없다. 노하우와 업무요령에 관한 정보가 "공동업무처리(COE) 시스템"에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에 접속해 어느 곳에서든 원하는 프로그램을 자신의 PC에 설치해쓰면 된다. 전산실 직원의 도움을 요청할 필요도 없다. 새로 나온 소프트웨어에 대해 배우고 싶은 경우에도 COE시스템의 "학습리스트"에서 찾아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이버교육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격교육 시스템은 물론 콘텐츠 개발도 활발하다. 삼성은 "사이버 유니버시티"를 운영중이다. 이 "대학"의 온라인 교육과정은 1백15개에 달한다. 연말까지 6만명의 직원이 이 대학에서 교육을 받게 된다. 삼성SDS "멀티캠퍼스"에서도 32개 전문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도 올들어 금융과 유통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회계 등의 사이버강좌를 개설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에선 자체적으로 가상교육센터를 통해 현재 15개 과목, 37개 과정을 운영중이다. LG의 경우 LG인화원과 LG-EDS시스템이 공동으로 "LG 사이버 아카데미"를 만들어 현재 18개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교육대상은 2천명이다. 한미은행은 직원들의 업무연수와 업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온라인 자율학습시스템인 "한미 사이버아카데미"를 만들었다. 기업들의 사이버교육은 기존의 집합교육을 보완하면서 효율성을 높일뿐 아니라 새로운 자율학습과정을 창출해 내고 있다. 교육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삼성의 경우 올해 연간 교육인원수의 절반가량을 사이버교육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전체 교육비의 10%도 안된다. 교육의 기회가 넓어지면서 일하며 배우려는 직장인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공부를 시작하는 동기나 계기는 다양하다. 학위를 받으려는 사람도 있고 자기계발을 통해 삶의 지평을 넓히려는 이들도 있다. 단순히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지식을 얻으려는 경우도 있다. 버지니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국교육개발협회는 미국 근로자의 75%가 수년내에 재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것이란 진단을 내리고 있다. 캐롤 트위그와 다이애나 오블링거씨도 "가상대학"이란 책에서 "공학분야에서학사학위가 통하는 유효기간은 졸업후 5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충실해질수록 "평생 사이버교육"도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