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 모범기업/CEO : (금주의 CEO) 현대자동차 이계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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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달러가 다 됐어요. 성공입니다" 지난 15일 저녁 6시 30분(현지시간) 런던의 도체스터호텔.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이 협상장 문을 박차고 나왔다. 해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위한 스위스 증권사 CSFB(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48시간동안 한잠도 자지 못해 충혈된 눈. 그래도 5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는 기쁨에 얼굴에는 함박꽃이 피었다. 이 사장에게 지난 6개월은 피를 말리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사장 취임(3월 2일) 직후 그에게 떨어진 특명은 재무구조 개선. 정부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현대자동차의 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외자 유치가 관건이었다. 이 사장이 이번 외자 유치를 위해 직접 해외출장에 나선 것만도 4차례. 지난 9일부터 엿새동안은 무려 세계 11개 도시를 돌며 투자자들을 설득을 해야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다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DR 발행 전날까지도 확보된 투자자금은 고작 1억달러. 당일 오전에는 CSFB가 일방적으로 계약식을 취소시켰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국내 최고의 우량기업 가운데 하나인 현대자동차가 실패하면 다른 어느 기업도 성공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협상은 다시 시작됐고 그의 공격적인 태도에 투자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1억달러씩 늘어나던 투자자금은 오후 늦게 4억달러까지 불어났고 서명식을 눈 앞에 두고 남은 1억달러마저 채울 수 있었다.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과 현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던 시점이었다는점을 감안하면 최고의 결론이었다. 마침 협상장에 도착한 정몽구 회장은 "모두 이 사장의 공로"라며 그의 등을 두들겨줬다. 이 사장은 이제 현대자동차의 이익구조와 사업구조 개선작업에 나섰다. 정몽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그가 현대자동차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놓을지 주목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