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백화'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너머는 평안도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백석(1912~?) 시집 ''사슴''에서 ----------------------------------------------------------------------- 지금은 갈 수 없는, 산도 집도 자작나무뿐인 백두산 자락의 한 산골 마을을 상상해 보자. 여우가 캥캥 우는 밤, 주인은 손님을 대접한다고 메밀국수를 삶는데 그 장작도 자작나무다. 초생달도 자작나무에 걸려 있겠지. 읽고 나면 가슴이 뭉클하니 아픔과 그리움이 샘솟는 시다. 그는 평북 정주 태생으로 해방 후부터 북한에 머무른 채 내려오지 않았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