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즈니스] 담배인삼공사, 민영화 복병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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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폐암환자가 제기한 1억원규모의 흡연피해 소송이 담배인삼공사 민영화의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제조업체인 담배인삼공사가 패소할 경우 유사소송이 잇따라 담배인삼공사는해마다 수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때문에 담배인삼공사에 눈독을 들였던 필립모리스 등 외국담배제조업체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 민영화과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발단 및 소송진행 =지난달 5일 김모씨는 지난 36년간 하루평균 1갑이상의 국산담배 흡연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며 담배공사와 정부를 상대로 1억원의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당장은 한 건의 소송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유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김씨측 대리인인 최재천 변호사는 "후두암 폐암등에 걸린 20여명이 소송의사를 알려 왔다"며 "곧 2차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첫 소송은 오는 14일 1차공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담배제조상의 결함 판매과정에서 경고지시 이행 질병과 흡연과의 상관관계 신체감정을 통한 피해액 산정 등 쟁점별로 전개된다. 법원이 집중심리제를 택하지 않는 한 1심 판결에만 1년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집단소송에서 배심원단은 2천억달러의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담배제조업체들에게 사상 첫 패배를 안겨줬다. 개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75만달러를 배상토록한 판례도 있어 배상금액이 얼마로 불어날지는 가늠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해마다 1만명에 달하는 폐암사망자를 비롯, 흡연관련 사망자수가 3만5천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담배인삼공사가 패소할 경우 유사소송의 규모가 해마다 수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민영화 차질 =필립모리스 등 외국업체들은 흡연피해에 대한 제조업체의 책임제한이 없는 한 담배인삼공사 인수후 이같은 엄청난 규모의 "우발채무"를 감당해야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더구나 곧 도입될 집단소송제와 제조물 책임법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과정에서 한국시장이 축소되고 정부 규제도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도이들이 신경쓰는 대목이다. 이번 소송은 연말까지 예정된 담배인삼공사의 지분 10%에 대한 해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수요나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년의 추가지분 매각에도 불확실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외국업체들이 손해배상책임을 한국정부가 떠맡는다는 보장각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대응 =담배인삼공사는 법무법인 세종을 변호사로 선임, 소송에 대비하고있다. 민변에서도 이번 소송을 지원할 변호사를 모집하고 있어 조만간 재야법조계와 국내 대형 로펌간 법정공방이 벌어지게 된다. 공사측은 지난 7월 미국에서 담배업체들이 패소하자 법률검토와 자료수집을해왔다. 조만간 별도의 소송전담팀도 구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소송이 자칫 금연운동의 확산을 부르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직접적인 여론충돌은 피한다는 입장이다. 세종측도 "법원이 제조및 판매과정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순수하게 법률적인 판단만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DR발행과 관련,한국의 경우 집단소송제가 아직 도입돼지 않았고 피해입증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투자자의 동요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