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플라자] IT업계 '스카우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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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어렵사리 마케팅 전문인력 1명을 채용했다. 모집공고를 낸지 무려 4개월만이다. 몇일 전에는 엔지니어 채용공고를 새로 냈지만 언제 뽑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 지원자는 몇백명씩 몰리고 있으나 입맛에 맞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중요한 프로젝트에 곧 착수해야 하는데 일을 맡을 사람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IT(정보기술)업계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통신시장도 급팽창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전문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원하는 사람을 뽑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마케팅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특히 심하다. 기업들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노하우나 기술을 가진 경력사원을 원하지만 이제 한창 뜨고 있는 산업인 탓에 경험있는 사람도 없고 데려오기는 더욱 힘들다는 것. 이 때문에 우수한 인력유치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동원되는가 하면 경쟁사와 스카웃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IT산업의 성장세에 비해 앞으로도 인력공급이 특별히 늘어날 전망은 없어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없다 =중견 인터넷서비스업체인 네플은 2개월전 10여명의 경력사원모집공고를 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뽑은 인원은 고작 4명. 지원자는 많았지만 즉시 현업에 투입할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컴퓨터바이러스 백신개발 전문회사인 하우리도 두 달전부터 웹디자이너 한 명을 찾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학원에서 2~3명 정도씩 보내줘 면접을 볼 수 있었으나 요즘은 그나마 추천해줄 사람도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지난 7월 영업인력을 충원할 때만 해도 6명 모집에 1백여명이나 몰렸었다. 그러나 최근 마케팅 인력 2명을 모집하겠다는 공고를 냈으나 지원자는 한자리수에 불과하다. 스카웃 열풍 =인터넷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2)씨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헤드헌팅업체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헤드헌팅업체가 제시한 연봉은 지금 받는 돈보다 약 50% 많은 4천만원선. 스톡옵션도 주는 조건이다. 이씨는 "요즘 우리 회사의 전문인력들은 대부분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스카웃제의를 받고있다"고 뒤띔했다. 외국계 네트워크 업체인 A사는 지난달 직원 4명을 경쟁사에 빼앗겼다. 이 회사는 다른 경쟁업체에서 6명을 스카웃해 부족한 인력을 충원했다. S정보통신의 경우 최근들어 매달 10~20명의 사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있어 골치를 앓고 있다. 대부분 창업을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가 다른 경쟁사로 옮기고 있다는 것. 얼마전에는 같은 업종의 N사가 경력사원을 모집하면서 이 회사의 핵심 인력을 무더기로 빼가기도 했다. 정보통신인력 헤드헌팅업체인 HT컨설팅 관계자는 "고객회사로부터 10명을 의뢰받으면 마땅한 인력이 없어 6~7명은 같은 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스카웃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람 데려오는 직원에게는 인센티브 =소프트웨어회사인 C사는 영업인력 3명을 새로 뽑기로 하고 공고를 낸지 3개월이 됐으나 아직 1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결국 이 회사는 현상금을 내걸었다. 우수한 인력을 데려오는 사원에게 1백만원을 주기로 했다. 네트워크 업체인 쓰리콤은 직원이 추천한 사람이 입사할 경우 신입사원에게지급될 연봉의 1%를 소개한 직원에게 주는 독특한 인센티브제를 제도화했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궁여지책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IT업계의 인력난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IMF로 인해 경기가 위축된 지난해 10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국내 정보통신회사 8백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미 상당수의 기업들이 소프트웨어개발자 시스템분석.설계사 인터넷전문가 등을 채용하는데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지난 91년부터 98년까지 국내 IT산업의 고용은 연평균 13.3%씩 늘어나 전체산업 평균 0.96%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인력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졸 이상 전문인력이 올해부터 2003년까지 무려 12만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연구원 권남훈 박사는 "IT업계의 인력난은 질적 측면이 문제"라며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맞는 인력공급이 제한돼 있어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