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프로그램 매물 1조원 증시 압박

궁핍한 살림살이에 제삿날이 돌아오듯 한시름 놓을만 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게 프로그램 매물이다. 금융시장불안에다 대기업 세무조사충격 등으로 한차례 폭풍을 헤쳐나왔는가싶었으나 다음주 목요일(14일)로 옵션10월물 만기일이 다가왔다. 선물 또는 옵션과 연계한 프로그램매수잔고가 1조원을 넘어서자 선물만기일(12월 둘째 목요일)에 앞서 10월물 옵션만기일에도 일부분이 청산될 것이란 불안감이 증권가를 짓누르고 있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옵션 만기일이후로 매매전략을 잡으려는 기관투자가들도적지 않은 편이다. 옵션만기일 효과 =옵션 만기일은 매월 두번째 목요일. 한달에 한번씩 찾아온다. 올들어 옵션 만기일효과가 발생해 주가가 큰 영향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만기일엔 사정이 좀 다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옵션과 현물을 연계한 합성선물매도가 청산되면서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지난해 10월 옵션 만기일효과가 일어난 이후 꼭 1년만이다. 당시 S증권이 옵션 10월물을 이용한 합성선물매도 프로그램물량을 장막판에 쏟아내는 바람에 종합주가지수가 10포인트이상 급락했다. 그 후유증은 예상외로 컸고 이후 증권거래소가 관련한 개선조치를 내놓을 정도였다. 합성선물매도란 =합성선물 매도포지션은 콜옵션매도, 풋옵션매수를 말한다. 이 포지션은 선물을 매도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즉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을 매수한 프로그램매수와 같은 포지션이 된다. 만기일전까지 합성선물을 매도(콜옵션 매도+풋옵션 매수)하고 동시에 현물을매수해 놓고 있다가 옵션만기일에 콜옵션과 풋옵션은 결제해 청산시키고 매수한 현물은 거꾸로 내다팔면 무위험 수익이 나게 되는 구조다. 기존의 선물매도, 현물매수의 프로그램매수 포지션중 선물매도를 합성선물매도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이번 만기일 =증권거래소는 이런 합성선물매도 프로그램매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증권사 투신사 외국인등 매매주체들이 증권시장지에 그 규모를공시토록 하고 있다. 만기일엔 오후 2시45분까지 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8일 현재 증권시장지에 신고된 합성선물매도와 관련한 프로그램매수잔고는2백억원 정도다. 이전 옵션만기일의 경우 대개 50억원~1백억원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최대 2~3천억원이 매물화될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지난해 10월 옵션만기일 때엔 1천억원정도가 매물로 나왔다. 한화증권의 구돈완 선물.옵션영업팀장은 "최근엔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합성선물매도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옵션의 거래량이 증가해 유동성이 풍부하면 더욱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선물.옵션팀의 주제식 조사역은 "최근 선물 고평가, 옵션 고평가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에 숨어있는 합성선물매도포지션이 예상외로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선물 12월물 만기일까지 기다리기보다 합성선물매도와 관련한 프로그램매수포지션을 이번 옵션만기일에 청산해 버리는 게 더욱 유리하기 때문에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런 매물을 저가에 받아내려는 세력이 많을 경우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