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설가에게 띄운 '보부아르의 연애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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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내 사랑. 시작이군요, 당신을 그리워하며, 당신을 기다려요. 당신이 힘센 팔로 다정하게 또다시 저를 힘껏 안을 축복의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그것은 저를 몹시 아프게 해요. 넬슨, 그러나 잘 됐어요. 왜냐하면 이무자비한 고통은 사랑이며, 당신 역시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당신은 아주 가깝기도 하고 아주 멀기도 하며, 아주 멀리 있지만바로 옆에 있기도 해요, 나의 사랑하는 님"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이자 철학자, 페미니스트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가 미국 소설가 넬슨 앨그렌에게 보낸 편지다. 보부아르는 1947년 미국 강연여행 길에 그를 만나 첫눈에 반했다. 그녀의 나이 39세였다. 이때부터 그녀는 20년간 시카고의 연인에게 수백통의 편지를 보냈다. 그 가운데 3백4통이 "시몬 드 보부아르 연애편지"(전2권, 이정순 역,열림원)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프랑스어를 모르는 연인을 위해 다소 서투른 영어로 쓴 편지에는 급진적 페미니스트였던 그녀의 강한 모습보다는 다정다감하고 관능적인 여인의 내면이 부드럽게 녹아있다. 감미롭고 뜨거운 사랑의 밀어뿐만 아니라 그녀의 독서 편력과 여행에 대한 열망, 사르트르와의 관계, 당시 파리 지식인들의 삶도 함께 담겨져 있다. 사르트로와 구두로 "계약 동거"에 합의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그녀는 이 편지에서 앨그렌을 "나의 남편"이라고 불렀다. 두 사람은 실제로 결혼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보부아르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사르트르를 저버릴 수 없었고 앨그렌은 시카고를 떠날 수 없었다. 사랑하지만 함께 있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으로 둘은 괴로워했다. 출판사는 당초 두 사람의 편지를 순서대로 교차시켜 책으로 엮을 계획이었으나 앨그렌의 미국 대리인이 이를 거부해 보부아르의 편지만 싣게 됐다고 밝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