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버블' 심화되는 카드
입력
수정
신용카드사들이 활황을 누리고 있다. 정부가 카드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용카드사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금서비스 이용 금리나 가맹점 수수료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다. 외환위기후 주춤했던 회원 모집과 카드사용 확대를 위한 신상품 개발에만 오히려 몰두하는 인상이다. 대표적인게 플래티늄(백금)카드다. 플래티늄카드는 골드나 일반 카드에 비해 연회비가 엄청나게 비싸다. 외환카드가 첫선을 보인 후 최근 비씨 삼성 국민카드가 신규 발급에 참여했다. LG캐피탈도 연말전 플래티늄 카드를 선보인다. 플래티늄카드를 내놓은 카드사들은 회원 숫자에 놀라고 있다. 카드사마다 3개월만에 많게는 1만명 가까이 플래티늄카드 회원을 유치했다. 플래티늄카드 회원이 되면 현금 서비스 한도가 늘고 구매 한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연회비가 10만~15만원 선이다. 일반카드가 5천원, 골드카드가 1만~2만원 선인 것과 비교하면 결코 적은 부담이 아니다. 카드사의 고급화 경쟁에 대해 외국계 카드사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고소득층 회원이 많은 미국 아멕스카드의 경우에도 플래티늄 회원은 거의 없다. 아멕스 관계자는 "최우량 VIP 고객도 골드카드에 만족하고 있으며 사용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카드 버블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회사에 갓 입사한 20대 샐러리맨도 소득에 관계없이 너나 할것 없이 골드카드를 선호한다. 카드사간 과열 경쟁과 체면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다. 잠깐 주위를 돌아보면 증시는 벌써 4개월째 게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대우그룹 여파로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11월 대란설이 나돌 만큼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감도 사회일각에서는 아직 적지않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외환위기가 언제 있었느냐 할 정도로 소비 과열이 재현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소비 거품을 일으키는 고급화 경쟁에만 매달려선 안된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지를 개선하고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데 신경을 쏟아야 한다. 소비자들도 외환위기까지 불러왔던 허례허식을 버리고 분수에 맞는 씀씀이를지켜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