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킹학과

다른 컴퓨터에 침입해 불법적으로 자료를 열람 변조 파괴하는 자를 "해커"라 부른다. 남의 컴퓨터에 몰래 들락거리고 일을 저지르기 때문에 해커에 대한 이미지는나쁘다. 그러나 이 말이 생겨난 초기엔 좋은 뜻을 담고 있어 해커라는 호칭은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한다. 해커란 말은 미국 MIT대학에서 처음 나왔다. 50년대말 이 대학 전산실에 IBM 704보다 성능이 우수한 TX-0 컴퓨터가 들어왔다. 이 기종은 대화식 작업능력을 갖추고 있어 컴퓨터 앞에서 프로그램을 쉽게 수정할 수 있었다. 당시 MIT에는 "테크모델철도클럽(TMRC)"이란 서클이 있었다. 이 서클에서 학생들은 모형기차를 만들어 컴퓨터로 운행을 제어하는 놀이를 즐겼다. 새 컴퓨터를 활용해 모형기차를 컨트롤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멋진 작품(프로그램)이 나오면 그들은 이를 "해크(hack)"라 했고 작품을 만든 학생은 "해커(hacker)"라 불렀다. 어느 학생이 하나의 멋진 작품을 만들어 해커소리를 들으려면 컴퓨터에 깊이빠져야 하고 창의력도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초기의 해커란 말속에는 "컴퓨터에 열성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란 뜻도 있었다. 최근에 나온 일부 영어사전에는 해크의 뜻풀이에 "컴퓨터 프로그램과 씨름하다"란 내용이 있다. 오늘날 남의 컴퓨터에 불법 출입하는 질나쁜 해커들이 세계 도처에 많다. 금년들어 8월까지 해외로부터 국내 컴퓨터망에 무단칩입한 해킹사례가 1백70건, 우리쪽에서 외국 컴퓨터망에 해킹한 사례가 22건에 이른다. 국내 컴퓨터망이 더 취약한 것인지 아니면 외국 해커들의 수준이 더 높은 것인지 알 수없지만 대비를 서두를 때다. 최근 과학기술 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몇몇 의원들이 "사이버전쟁"을대비, 해커양성론을 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해킹교육을 학제적인 시스템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해킹학과"의 등장이 예상된다. 이같은 학과개설이 여러 대학에서 이뤄졌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