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현장방문 실명제로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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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부터 공사현장을 찾는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은 반드시 그 방문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른바 현장방문 실명제이다. 법령이나 행정지침에 따라 이뤄지는 감사.검사.지도.감독.단속 및 단순 방문등 어떤 목적의 방문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민간의 공사는 규모와 기간에 관계없이 모든 현장이 대상이며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특별법 및 조례 등에 의해 설립된 공사나 공단이 발주하는 공사는 금액 10억원 이상, 기간 6개월 이상이 대상이다. 이는 지난 9월 국무총리실이 마련한 부패방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부패가 심한 6개 분야 가운데 건축 및 건설 분야에 대해 건설교통부가 취하는 구체적인 조치다. 우리 사회의 부패가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정도에 이르렀고 또 하루빨리 이를 뿌리뽑아야 한다는데에 전혀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지침까지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의 현실이 참담하기 짝이 없다. 사회적으로 필수불가결한 공공의 목적을 위해 현장의 지도단속 업무를 맡은 수많은 공직자들을 모두 비리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상정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다른 편으로는 오죽했으면 이런 조치가 나왔겠느냐 하는 점에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공사현장에 대한 단속은 줄곧 강화돼왔다. 그 명분은 부실을 방지하거나 위생.소방.경찰.환경.근로.안전.감사.검사 등 각종 행정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염불보다는 젯밥이라고 오히려 이 틈을 악용해 금품이 오가는 등 부패와 부조리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원성이 자자했었다. 자기 집을 스스로 지어보면 철저한 반정부주의자가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부조리의 정도가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97년의 공공공사 현장은 3만1천7백11건, 이 중 계약금액 10억원 이상 짜리는 16.5%인 5천2백23건이었다. 같은 해의 건축허가 동수와 면적은 12만4천여동에 1억1천3백40만평방m에 이른다. 방문기록을 3년간 보존토록 한 조치에 따라 이 많은 현장에서 벌어지던 비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도 그런 기대를 가질만 하다. 그러나 혹시라도 실명제를 무력화시키고 건축주나 발주자를 더 괴롭히는 기발한 수법이 나타나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세무 경찰 환경 식품위생 등 나머지 분야에서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후속조치가 잇따를 것을 기대한다. 특히 생활급에 못 미치는 하위직 공직자들의 보수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서둘러야 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싱가포르의 "깨끗한 정부"도 그 바탕은 공직자에 대한 충분한 생활보장이라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