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박람회 왕국 독일서 배울점

과자 사탕 등을 수입.판매하는 키드코의 최학만 사장은 홀수해 가을이 되면 독일 쾰른시를 방문한다. 세계 최대의 식품 전시회인 "쾰른 아누가 푸드쇼"에서 세계 식품시장의 흐름을 읽고 새 사업 아이템도 찾아보기 위해서다. 91년부터 시작된 최 사장의 쾰른행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그가 묶고 있는 퀼른시 교외 그레벤브로히의 한 호텔에는 같은 목적으로 온 한국 사람들로 빈 방이 없다. 전시회 기간중 평소보다 숙박비가 5배나 비싼 쾰른시내 호텔을 피해 이곳에 머물고 있는 그들은 버스로 한시간이나 걸리는 전시회장에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떤다. 세계 1백여개국에서 6천5백여개 식품 업체가 참여한 아누가 푸드쇼는 지난 9~14일까지 쾰른시 무역전시장인 쾰른메세에서 열렸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10배가 넘는 8만3천평 규모의 전시장에는 이 기간에 20만명 이상의 참관객들이 다녀갔다. 이중 최 사장과 같은 외국인은 8만여명. 평소보다 5배가 넘는 바가지 숙박료와 우리 돈으로 10만원(1백50마르크)을 웃도는 입장료를 치렀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이 방대한 전시장 곳곳에 그들의 새로운 돈줄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박람회 왕국 독일에는 아누가 푸드쇼보다 더 큰 전시회가 얼마든지 있다. 전시장 면적만 16만여평에 이르는 하노버메세에서 열리는 정보통신기기전 세빗(CEBIT), 뒤셀도르프의 CPD(여성복전)와 메디카(의료기기전),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등. 한결같이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무역 전시회가 독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독일 총교역량의 80% 정도가 이같은 상품 전시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교통 관광 숙박 등 관련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고용창출 효과를 들여다볼 때 그 영향력은 더욱 실감이 간다. "지난해의 경우 무역전시회를 통해 4백10억마르크(33조원)의 소득과 23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습니다. 여기에다 교역량까지 합하면 무역전시회의 경제적 효과는 독일 GDP의 3%인 9백억 달러 규모로 추정됩니다"(뷔스텐펠트 독일박람회협회 전시팀장) 전시회 폐막일이 2년뒤 다음 전시회의 착수일이 되는 철저한 사전준비,정부차원의 각종 세제.법적 지원, 첨단시설.장비와 같은 인프라 구축이 독일을 박람회 왕국으로 이끈 비결이다. 한국에서는 지금 아시아태평양 국제무역박람회(ASPAT)가 열리고 있다. 25개국에서 3백67업체가 참가했으며 참관 바이어는 1천명 정도다. 아누가 푸드쇼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낯간지러운 규모다. "국제 전시회 참가자 한명을 데려오는 것은 TV 27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전시회 규모를 키우는 것은 물론 깔끔한 운영기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김진국 농협 EU사무소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