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갑범 교수가 쓰는 '헬스레터'] '청장년에 번지는 성인병'

과거에는 노인들에게만 생기던 병이 요즘은 청장년 층에서도 흔하게 발생한다. 바로 "성인병"이다. 고혈압 당뇨병 중풍 심근경색증 암 골다공증 등이 그것이다. 성인병이 많이 생기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 생활환경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의식주 전반의 생활양식이 서구화되고 스트레스가 극심해진게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다 운동부족이 겹쳐 있다. 그래서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른다. 특히 성인병엔 영양문제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비만이 문제라는 얘기다. 비만중에서도 내장주위의 장간막에 중성지방이 많이 쌓이는 복부비만(내장형비만)이 심할수록 성인병 위험도가 높아진다. 한국인의 경우 30대이후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팔과 다리는 갸날프고 배만 불어나는 "거미형 비만"이 대표적인 성인병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가 고혈압 환자로 추정된다. 고혈압은 수축기혈압이 1백40mmHg이상, 이완기혈압이 90mmHg이상인 경우다.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유전적인 인자와 비만 과음 스트레스 고염식등의 환경적인 인자가 고혈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은 대표적인 만성 대사성 질환이다. 혈당을 낮춰주는 기능을 하는 인슐린이 적게 분비되는 인슐린 의존형과 인슐린은 충분하지만 기능이 떨어져 있는 비의존형으로 나뉜다. 필자가 과거 5년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던 1천2백66명의 당뇨병 환자를 분류해본 결과 인슐린 비의존형이 91.1%였다. 이들중 비만하지 않은 사람이 68.6%였다. 서구와는 다른 양상이다. 상대적으로 한국인에서는 영양실조로 생긴 당뇨병 환자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동맥경화증은 동맥 혈관 내벽에 지방이 쌓이고 섬유화가 일어나 동맥의 안지름이 좁아지는 증상이다. 심장관상동맥이 경화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돌연사를 유발한다. 뇌혈관을 침범하면 뇌졸중이 나타난다. 동맥경화의 1차적인 위험요소로는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흡연 등을 들 수 있다. 2차 위험요소로는 비만 당뇨병 고중성지방혈증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한국인의 경우 서구인에 비해 동맥경화증 발생빈도가 낮은 편이지만 식생활향상과 운동부족으로 급속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암은 유전적 인자도 강하지만 환경적 인자를 관리함으로써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흡연이 가장 큰 발생요인으로 지목된다. 그 다음이 잘못된 식사로 암 발생요인의 35%를 차지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위암은 과음 과식과 짠음식이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은 지방질 과다섭취나 비만과 관련이 있다. 이런 성인병들의 발생메카니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진은 "대사성 증후군"이다. 성인병이 내분비 영양대사 과정의 잘못에서 빚어진다는 점이다. 성장기에 영양결핍시대를 보내고 30대이후 영양과잉시대를 지내고 있는 우리의 중년들은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 잡아야 한다. 흡연 과음 과식을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게 성인병 예방의 지름길이다. [ 연세대 의대 교수 / 대통령 주치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