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감정의 골만 확인한 양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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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던 유신치하인 지난 79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투쟁의 동지였다. DJ는 YS의 신민당 총재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YS는 반유신투쟁을 벌여 총재직과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YS의 의원직 박탈이 기폭제가 돼 10.16 부마항쟁이 발생했고 열흘뒤 10.26사건으로 이어져 유신의 종말을 가져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두사람은 부마항쟁을 기리기위한 부산민주공원 개관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두사람은 입장할 때와 테이프커팅직후등 여러차례 악수를 나눴고 서로 미소를 지었다. DJ는 YS의 팔을 다독이며 인사말도 건넸다. 그러나 두 사람은 미소속에 담겨진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의례적인 인사외에는 애써 상대방을 외면하는듯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임기말 내각제 개헌으로 장기집권을 획책하고 있다"며 현 정부에 대한 독설을 계속 퍼부었다. 당초 이날만은 정부비판을 자제할 것으로 기대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의 표정은 순간 일그러지고야 말았다. 김 전 대통령은 개관식 이후에도 자갈치 시장을 찾아 어업협정을 졸속 체결했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계속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존경하는 김영삼 대통령"이라며 연설을 시작했고 부마항쟁을 촉발토록 과감히 투쟁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찬양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개관식 직후 공원을 떠날때도 올때와 마찬가지로 시민들 사이를총총히 빠져나갔다. 시민들 사이에는 "DJ가 YS를 모함하고 있다"는 내용의 김광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기고문이 실린 지역 신문이 다량 복사돼 뿌려져 있었다. 문민정부시절 YS의 개혁이 야당의 반대로 좌절됐음에도 IMF(국제통화기금)사태의 책임을 뒤집어씌었고 YS심복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국민들은 부산민주공원 개관식에 DJ YS가 나란히 참석해 대립이 아닌 동서화합의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했다. 20년전 유신독재에 맞서 싸울 때처럼 둘이 손을 맞잡고 온갖 갈등을 치유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갈치 시장을 방문했을때 "DJ YS는 화해하라"는 한 상인의 외침은 현정부를 비판하고 YS를 연호하는 군중들의 함성속에 파묻혀버리고 말았다. 현장을 지켜보면서 "정치가 뭐길래..."하는 회한이 드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감정은 아닐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