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신벤처시대 : 유형별 성공스토리..'늦깎이형'

"벤처기업에 늙고 젊음의 구별은 없다" 벤처의 통념은 "패기있는 젊은 사람들의 도전"이다. 그러나 한국의 간판 벤처중에는 이같은 고정관념을 뒤집고 돋보이는 성공을 일군 사람들도 꽤 있다. 40대 이후에 창업을 한 늦깎이형 벤처들이다. 대표적인 성공모델로는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래산업의 정문술(61) 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18년간 재직한 옛 중앙정보부에서 강제해직을 당한 뒤 그가 창업을 한 건 순전히 나이 탓이었다. 재취업이 힘들었기 때문. 풍전기공이라는 부품업체에 퇴직금의 절반을 붓고 인수한 게 그의 나이 45세. 그러나 첫 사업은 실패였다. 큰딸이 대학에 입학할때 입힐 옷이 없어 아내가 입던 옷을 손질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반도체장비로 눈을 돌린 그가 설립한 회사가 미래산업. 역시 순탄치 않았다. 친구와 친지 돈까지 쏟아부은 무인웨이퍼검사장비 개발이 실패하자 그는 소주와 약병을 들고 청계산에 오른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걸 깨닫고 산을 내려온 그는 인재중시와 특유의 "거꾸로 경영"으로 오늘의 미래산업을 일궈냈다. 최근엔 라이코스코리아로 인터넷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휴대폰 진동모터를 모토로라에 납품하는 에디트는 설립한지 2년이 갓 지난 새내기 기업. 이 회사의 창업자는 52세의 나영진 사장이다. 만도기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97년 중소기업 전문경영인 자리를 박차고 나이 50에 창업을 하는 모험을 건다. "사업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연대보증 선 사람들 얼굴이 꿈에도 나타났다"는 그는 올해 1백억원의 매출을 바라보는 성공 벤처기업인으로 꼽히고 있다. 알미늄코리아 박주영(52) 사장은 40세에 벤처에 도전한 케이스. 그는 창업전까지 16년간 대우전자부품에서 청춘을 불살랐다. 전해콘덴서 개발을 맡던 그에게 한국의 전자공업은 한계가 분명해보였다. 수출을 늘려도 외국만 살찌우는 조립산업 위주였기 때문이다. 콘덴서의 핵심원료인 에칭박을 국산화하기로 하고 창업을 결심한 것도 이같은 현실을 깨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백일간 공장에서 지내며 기술문제를 해결하는 열정이 필립스 산요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선호하는 에칭박의 선두업체로 우뚝서게 했다. 외과용 수술기구 제조업체인 솔고의 김서곤(59) 사장. 의료기기 유통회사에 근무하던 지난 75년 외산이 판치던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차에 중고책 서점에서 스테인리스 책을 읽고 창업을 결심한다. 그의 나이 35세때였다. 인간품질이 제품품질을 결정한다는 믿음으로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1천5백여종의 제품을 미국 일본 등 22개국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