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 경영교실 : (KEMBA 21세기 경영학) '독일 베르텔스만'

[ 독일 베르텔스만사의 멀티미디어 전쟁 ] 한경과 KEMBA가 공동 기획한 경영 MBA스쿨 4회에서는 "산업간 수렴(Industry Convergence)과 멀티미디어 전쟁"에 대해 강의한다. 산업간 수렴은 이전에는 서로 이질적이고 분명하게 구분됐던 산업들이 어떤 요인, 예컨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 등으로 말미암아 구조적으로 통합되는 현상을 말한다. 흔한 예로 통신 컴퓨터 그리고 방송간 경계가 무너지고 이런 산업들이 통합돼 마치 하나의 산업과 같이 되는 것을 들 수 있다. 산업간 수렴은 기업간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예전에는 전혀 별개였던 산업이 하나로 수렴돼 보다 많은 기업들이 한 산업에서 경쟁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NBC방송과 제휴, 컴퓨터 및 인터넷 시장에서 범위의 경제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디지털화된 정보내용물)산업에 진출하게 됐다. 영국의 대표적인 통신기업인 브리티시 텔레콤, 일본의 NTT, 그리고 미국의 AT&T도 여러 콘텐츠 제공기업들과의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오늘 살펴보고자 하는 사례는 타임 워너와 더불어 세계 3대 미디어 그룹의 하나인 독일의 베르텔스만(Bertelsmann)이다. 베르텔스만은 1835년에 출판 사업으로 시작한 기업으로서 현재 전세계 50여개국에 3백여개의 사업부를 보유하고 있는 초거대 미디어 그룹이다. 98년 매출액이 1백28억달러(2백30억마르크)에 달했다. 베르텔스만의 변신은 70년대 후반부터 방송 음반 등 콘텐츠 사업에 적극 뛰어들면서 시작된다. 음반 부문에서는 79년에 미 아리스타 레코드, 86년에 알시에이(RCA) 레코드를 인수했다. 출판부문에서는 77년 미국의 밴텀하우스를, 87년에는 미국의 더블데이를 잇따라 사들였다. 80년대 중반에는 방송 산업에 뛰어들어 현재 독일의 TV 및 라디오 산업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다. 베르텔스만은 산업간 수렴이 구체화된 90년대 중반부터는 이들 콘텐츠 분야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거둘수 있는 인터넷및 정보통신사업 분야에 적극 진출하게 된다. 95년에 미국의 아메리칸 온라인(AOL)과 5대5의 비율로 AOL 컴퓨서브 유럽을 설립하면서 유럽내 온 라인 사업에서 선두 위치를 차지했다. AOL호주에도 50%의 지분을 투자했고 유럽의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라이코스/트리포드(Lycos/Tripod)에도 25.5%의 지분을 갖고있다. 또 98년에는 미국 최대 서점인 반즈 앤드 노블이 운영하는 인터넷 서점인 barnesandnoble.com의 주식을 40% 인수했다. 유럽에선 99년에 인터넷 서점인 베르텔스만 온라인(BOL)을 시작, 현재 유럽 주요국가 및 미국에서 아마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산업간 수렴이 가져온 멀티미디어 전쟁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가장 유력한 견해는 콘텐츠 부문을 장악한 기업이 최후에 웃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베르텔스만이 콘텐츠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제휴 및 인수합병을 추진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베르텔스만은 97년 자회사인 UFA와 룩셈부르크의 방송회사인 CLT를 합병해 유럽 방송계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증대시켰다. 98년에는 미국 출판업계의 보석이라고 하는 랜덤 하우스를 인수했다. 일본의 소니사와 네덜란드의 필립스사도 같은 이유로 콘텐츠산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중반에 재벌그룹들이 영화 음반 등의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 철수했다. 특히 전자산업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삼성이나 LG가 철수한 것은멀티미디어 산업내에서의 그 잠재력을 생각해 볼 때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의 소니는 90년대초 영화산업에 진출한 이후 수년간 엄청난 적자를 보았으나 영화산업을 지켰다. 전세계 멀티미디어 산업의 미래의 경쟁구도는 콘텐츠를 장악한 기업이 우위를 가지고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런 변화는 콘텐츠 분야에서 선진 제국의 기업들에 비해 현저하게 열세에 있는 우리 기업들에 더욱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산업간 수렴이 가져올 새로운 경쟁 양상에 대비해 나가는 한편 콘텐츠기업과의 제휴 및 인수 등을 통해 미래의 멀티미디어 경쟁에 대처해 나가야겠다. 김재범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