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옛 마을을 지나며'

찬 서리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 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1946~94) 시집 "사랑의 무기" 에서----------------------------------------------------------------------- 감이 많은 마을을 지나다보면 다 따고 난 가지에 붉은 감 두어 개가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까치가 와 따 먹으라고 일부러 남겨 둔 것이라 해서 까치밥으로 불린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예부터 이렇게 자연을 사랑하고 짐승까지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 이 시는 바로 이 점을 기린 시다. 그러한 민족이 왜 이토록 시련을 당해야 하는가 라는 높은 절규가 바탕에 깔려 있다. 시는 곧 절규로, 현대시의 몰락은 절규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주장도 귀기울일 가치가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