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I면톱] 유화 빅딜 '암초'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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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삼성간 석유화학 빅딜(대규모 사업맞교환)이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미쓰이물산등 일본 투자선이 투.융자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부채의 출자전환과 융자금의 산업은행 보증에 대해 국내 채권단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측의 투자제안서가 2조3천억원을 투.융자하겠다는 확실한 계획서라기보다는 한국이 부채 출자전환 등을 해주면 검토가능하다는 의견서 수준으로 밝혀져 실제 빅딜이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미쓰이가 내놓은 25%의 출자계획도 일본내 투자선이 원활하게 모집될 경우 최대 출자가능한 지분이어서 실제로는 25%에 못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보인다. 주요 현안 =26일 열린 채권단 회의에선 미쓰이의 투자제안서에 대한 신빙성이 도마에 올랐다. 채권단은 5천억원을 출자하고 15억달러를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으로부터 융자해 빌려준다는 일본측 제안서가 확실한 문건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검토가능 의견서 수준임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일본측이 제시한 25% 지분 출자도 최대 가능치를 언급한 것으로 경우에 따라선 5~10%에 그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측 출자지분이 낮게되면 통합법인의 유화제품 수출권을 누가 갖느냐가 문제가 된다. 5~10%정도 출자하는 조건으로 일본측 주장대로 수출권 전부를 넘겨준다면 일본에 특혜를 주는 꼴이 돼 역시 시비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또 부채일부의 출자전환은 현대와 삼성 양 그룹의 손실 분담이 먼저 이뤄져야 검토할수 있다는 방안을 밝혔다. 이와함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JBIC 차관에 대해 지급보증하는 것은 민간기업 차관을 정부가 보증하는 셈이 돼 어렵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한화석유화학과 대림산업간 진행되는 자율빅딜에 대한 지원이 일체 없다는 점도 현대와 삼성간 빅딜 지원이 어려운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대해 현대와 삼성은 "당초 회계기관인 ADL이 1조8천억원으로 평가한 기업가치를 일본측 주장대로 1조원 수준으로 합의해준 상태에서 추가 손실부담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한빛은행을 주관은행으로 조만간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의전 채권금융기관이 참가한 채권단 회의를 구성해 유화 통합추진본부측과 협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연내 빅딜을 마친다는 방침이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부상하는 대안 =업계 일각에선 국내 업계끼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유화 경기도 호황으로 돌아서고 있어 무리하게 일본 자금을 끌여들이지 않아도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쓰이외에 국내 업체에도 투자를 개방하고 개별 기업 자율에 구조조정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대나 삼성이 개별적으로 국내업체나 외국업체에 사업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해도 구조조정을 이룰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유화통합 본부측은 "이제 채권단과 협상이 시작된 단계"라며 "채권단이 부채출자전환에 대해 실무적 검토작업을 진행시키겠다는 의견을표시해 왔다"고 밝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