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 박사의 '이머징 이야기'] '냉정함 속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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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란 첨단기술로 무장된 시대이다.소비자는 특별히 다른 사람의 얼굴을 대할 필요도 없고 상점 주인의 따뜻한 미소도, 친척들과의 만남도 점점 줄어 든다. 따라서 소비자는 이에 반발해 인간으로서의 따스함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엔 친한 사람과의 어울림이 물리적인 공간에서 접촉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인터넷 PC통신 등은 가치관과 신념이 같은 사람들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연결시켜 준다. 외모 옷차림 나이 출신 등과 관계없이 순수하게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해진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 이러한 공동체를 통해 다량의 우량고객을 단체로 확보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한국에서 가상공간에 형성된 공동체가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 최초의 사례는"붉은 악마"로 볼 수 있다. PC통신상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기 시작했고 그것이 한국 축구를 부활시킨 힘이 됐다. 그들은 나이 성별 생활수준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오로지 축구를 좋아한다는사실만으로 가상공간에서 모였다. 월드컵 응원을 위해 프랑스까지 가기도 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또 과거 생활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자꾸 되새기려 할 것이다. 어렸을 때 먹었던 것, 입었던 옷, 가치관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 생활했던집 등을 떠올리면서 조상의 지혜를 존경하게 된다. 이러한 트렌드는 세상의 변화속도가 너무도 빨라지면서 어렸을 때 자신이 생활하던 모습은 성인이 되었을 땐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성인으로서의 현재의 삶은 힘들고 피곤하며 각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따라서 다시 한번 추억을 되살리는 활동들이 소비자에게 각광을 받기 마련이다. 조상의 지혜를 살린 개량한복, 황토를 가미한 주택, 전통문양의 실내장식,보리건빵과 같은 먹거리, 택견과 기공체조 등의 건강비법이 다시 인기를 끄는것이 이러한 징후들이다. 기업 입장에선 무조건 첨단만 고집할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킬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가미해 준다면많은 소비자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