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사 '뒷전' 졸속 우려 .. 여야 정치공방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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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출한 92조9천억원 규모의 2000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졸속 처리될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여야가 오는 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지만 아직 특위 위원장조차 선임하지도 못한데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특위위원 명단조차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인 매수공방"으로 치달은 언론대책문건 파동과 선거구제 등 정치개혁협상 등 여야간 정치공방때문에 내년 예산안이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여야 3당총무는 당초 오는 3일부터 각 상임위가 내년도 예산안을 예비심사한뒤 11일부터 13일까지 예결특위가 예산안을 본격 심의한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 국회처리 시한(12월2일)이 한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예결특위 위원장 자리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따라 여야는 1일 총무회담을 갖고 예결위원장 선임문제를 협의키로 했으나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예결특위 위원장자리를 둘러싼 여야간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예결위원장으로 장영철 국민회의 전 정책위의장을 일찌감치 내정해 놓았다. 올들어 2차례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결위 구성과정에서 "위원장은 각 당이 윤번제로 맡는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이번은 국민회의 차례라는게 여권의 주장이다. 이에반해 한나라당은 두가지 명분을 내세우며 김진재 의원이 계속 예결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작년 15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시 여야간 상임위 및 특위 위원장직 배분과정에서 예결위원장은 한나라당에 배정됐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위원장을 맡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여당이 예결위원장직을 차지하려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예산을 편성, 야당이 반대할 경우 단독처리를 강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회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예결위 구성을 늦출 경우 그만큼 내년 예산안심사는 졸속으로 처리될 수 밖에 없다"며 "예산안과 각종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우선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