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 다시 짜자] 제3부 : (6) '세상 바꿀 휴먼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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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휴먼로봇센터의 센토입니다" 지난 7월29일 서울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동. 키 1백60cm에 두 팔과 네개의 다리를 가진 한국 최초의 휴먼로봇 센토가 세상에 첫 인사를 했다. 서너살 어린이의 지능을 가졌다는 센토는 이날 연신 눈을 깜빡이며 두손으로 테이블 위의 블록을 쌓거나 장미꽃을 꽃병에 꼽는 행동을 선보였다. 다소 기계적인 움직임이었지만 주어진 과제를 능숙하게 완수해 박수를 받았다.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마에서 이름을 따온 센토(Centaur). 지난 5년간 80억원을 투자하고 70여명의 연구원이 밤낮으로 매달린 결실이다. 한국 휴먼로봇 역사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어쨌든 센토는 선진국들 사이에 이미 불붙은 휴먼로봇 개발경쟁에 한국도 뒤늦게나마 명함을 내민 것으로 기록될 만한 상징물이다. 왜 휴먼로봇인가 =휴먼로봇이란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로봇이다. 21세기 기술이 지향하는 모든 지능형 기계의 원형이랄 수 있다. 정밀기계 정보전자 컴퓨터 인공지능 신소재 등 첨단기술의 복합체이기도 하다. 특히 컴퓨터가 인간의 말 글 행동 표정 등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휴먼인터페이스 기술은 핵심 요소다. 휴먼로봇이 제대로 쓰이려면 사람의 음성 명령 등을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로봇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느 분야보다 앞으로 급성장할 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위험한 곳에서 사람 대신 보수작업을 하거나 장애인을 돕고 외과수술을 보조하는 등 로봇이 쓰일 곳은 무궁무진하다. 유엔은 로봇 수요가 앞으로 10~15년안에 휴대폰이나 PC(개인용컴퓨터)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2년까지 2만5천여개의 서비스로봇과 50여만개의 진공청소 로봇이 설치된다는 것. 일본 통산성은 서비스 로봇의 경우 21세기 반도체나 항공산업과 맞먹는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가운데 음성인식 등 휴먼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만 20년동안 연간 43조원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일본 미쓰비시연구소의 분석도 있다. 이를 활용한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관련 시장규모는 연간 5백조원을 넘는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인텔 등 굴지의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휴먼인터페이스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게다가 휴먼로봇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되는 기계 전자 등 첨단기술이 다른 산업에 바로 파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더욱 크다. 한국의 수준은 =휴먼로봇 분야의 기술은 역시 미국과 일본이 앞서 있다. 한국은 이들을 뒤쫓고 있는 형국. "센토만 보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일본 혼다의 휴먼로봇 P2와 P3에 비해전반적으론 뒤지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두팔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 등에선앞선다고 자부한다"(이종원 KIST 휴먼로봇연구센터장) 다만 휴먼로봇의 핵심기술중 하나인 음성인식 등 휴먼인터페이스 분야에선기술격차가 적지 않다. 선진국 대비 약 1~3년 정도 뒤져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 "미국에선 6만단어 정도를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상품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수천단어 정도를 알아 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김상룡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실장) 미국 일본의 연구기관들이 20여년 이상 휴먼인터페이스 연구를 해온데 반해한국은 그 역사가 4~5년에 불과해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키워야 하나 =휴먼로봇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분야다.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휴먼로봇을 대형 국가과제로 선정하고 지난 83년부터 90년까지기계기술연구소 전자기술총합연구소 미쓰비시 등 18개 기관을 참여시켜 약6천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했다. 센토 개발비의 75배에 달하는 규모다. 물론 한국 정부도 휴먼인터페이스 기술을 지난해 중점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선정해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토록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적인 투자의지다. 센토의 경우 두발로 걷는 것을 목표로 한 2단계 연구가 올해부터 시작돼야하지만 아직 투자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휴먼인터페이스를 포함한 휴먼로봇은 단순한 연구대상이 아니다. 절실한 요구사항이다. 로봇이 미래 산업의 자본재란 점에서 그렇다. 만약 여기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면 한국의 산업은 21세기에도 구조적 불균형을 면치 못할것이다"(박종오 KIST 책임연구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일자 ).